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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미수’ 남성 귀가시킨 경찰, 청와대 국민청원에 먼저 답변 내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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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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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미수 현행범 남성을 경찰이 일찍 귀가 조처시킨 이유를 알고 싶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경찰이 서둘러 피의자 체포과정에서의 미흡한 대처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경찰청은 15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이런 내용의 국민청원에 경찰 입장문을 공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 인원이 20만명을 넘으면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는다. 15일 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 5943명이 참여했다. 20만명이 동의해야 청와대가 답하는데 약 6000명을 채운 시점에서 경찰이 먼저 답했다.

청원인은 지난 12일 ‘무단 침입해 아동 강간미수 현행범인 **세 남성 단시간에 귀가 조처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청원인은 아르바이트로 집을 비운 사이 한 남성이 무단으로 집에 들어와 만 13세 미만인 두 딸을 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3년 전 이 남성을 알게 됐고 본인을 심하게 스토킹했고 지난해 여름에는 이 남성을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청원인은 “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고 경찰에 신고해 이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지만, 경찰이 초인종을 눌러 피해자를 위험에 빠트렸고, 이 남성과 딸들을 경찰서 안에서 마주치게 했다”며 경찰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했다. 청원인은 또 “이 남성이 피해자보다 먼저 조사를 받고 귀가조치됐다”며 “미성년 강간미수 현행범을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귀가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을 청원에 담았다.
청원인의 말대로 이 남성은 경찰 조사를 받고 당일 석방됐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주거가 일정하고, 추행 관련 범죄 혐의가 명확하지 않아 석방 조치했다"며 "당시엔 피해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출동 당시 인터폰을 눌러 위험 상황을 초래한 점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사무실 내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대기시켰으나 대기실·화장실을 가는 과정에서 이들이 마주치게 돼 피해자가 불안을 느끼게 한 점 ▶아동 피해자는 국선변호인, 진술 분석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 조사준비에 시간이 필요해 피해자 조사가 끝나기 전 피의자를 먼저 조사해 석방하는 등의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청원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피해자 어머니에게 사건 발생 경위를 묻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불쾌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서의 미흡한 대처를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경찰은 ‘체포과정에서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는 청원인의 주장은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피해 진술을 듣고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현행범으로 이 남성을 현장에서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피의자가 특별한 저항 없이 체포에 응해 실내에선 수갑을 채우지 않고 현관문을 나온 즉시 수갑을 채워 연행했고 계속 수갑을 찼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입장문을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은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경찰청 차장을 TF팀장으로 모든 기능을 망라하는 ‘여성범죄 추진종합계획’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또 112신고 접수단계부터 지역 경찰의 현장출동, 수사부서 인계까지 전 과정을 일원화하고 신속조치가 필요한 사건은 공백이나 지연 없이 연속성 있게 사건이 처리될 수 있도록 협업을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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