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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온 우하람 “다이빙은 1초의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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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남자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이 14일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다이빙 1m 스프링보드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우하람은 6차 시기 합계 406.15점으로 4위에 올랐다. [연합뉴스]

남자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이 14일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다이빙 1m 스프링보드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우하람은 6차 시기 합계 406.15점으로 4위에 올랐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으로 불린다. 다이빙 선수인 그에게 이름(하람)에서 따온 이 수식어는 잘 어울린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던 우하람은 “이름을 보면 다이빙 선수가 천직이다. 어린 시절 다이빙을 처음 시작할 때, 친구들은 다 무섭다고 했는데 나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굉장히 신났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 후, 우하람은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광주)에서 한국 다이빙의 역사를 새로 쓸 준비를 하고 있다.

남자 1m 스프링보드 4위 새 역사 #4년 전 세운 자신의 최고성적 경신 #17일 3m 스프링보드서 메달 도전

우하람은 14일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다이빙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6차 시기 합계 406.15점을 받아 4위에 올랐다. 지난 2015년 카잔 세계선수권에서 세웠던 1m 스프링보드 최고 성적(9위)을 경신했다.

1m 스프링보드는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다. 그래서 우하람은 올림픽 정식 종목인 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 개인전과 싱크로나이즈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1m 스프링보드엔 경기 감각을 키우기 위해 출전했다. 메달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다이빙 강국’ 중국 선수들과 접전을 펼쳤다. 1m 스프링보드에서 팽팽한 경쟁을 펼친 우하람은 3m 스프링보드(17일)와 10m 플랫폼(19일) 경기에선 더욱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우하람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방과 후 활동으로 수영하다 다이빙을 시작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친구들은 오들오들 떨며 다이빙 플랫폼 위에 올라가는 걸 주저했다. 그런데 우하람은 겁이 없었다. 당당하게 올라가 그대로 물로 뛰어들었다. 그에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놀이가 바로 다이빙이었다.

하지만 점점 높이가 올라가면서 그도 물을 두려워했다. 중학생이 된 뒤 10m 높이에서 처음 뛰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다이빙은 높이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게 핵심이다. 다이빙 관계자들은 “물에 대한 두려움은 견디는 거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익숙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하람은 그 두려움을 견뎌냈다. 10m 높이에서 하루에 100차례씩 다이빙을 했다. 독하게 훈련했더니 이제 그는 공포를 즐기게 됐다. 회전력이 중요한 다이빙에선 작은 체격이 유리하다. 우하람은 키 1m68㎝, 몸무게 64㎏으로 다이빙에 적합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

광주 세계선수권 출전하는 우하람

광주 세계선수권 출전하는 우하람

우하람은 부산 내성중 시절이었던 2012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후  줄곧 국가대표로 뽑혔다.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에 출전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뤄 은메달 1개, 동 3개를 획득해 다이빙 유망주로 떠올랐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한국 다이빙 사상 최초로 결선에 올랐다. 당시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남자 선수 중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그는 10m 플랫폼에서 가장 좋은 성적(11위)을 거뒀다. 2017년에는 김영남(23·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출전한 타이베이 여름 유니버시아드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송재웅이 금메달을 딴 이후 47년 만에 해외 경기에서 나온 다이빙 메달이었다.

올해는 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다이빙 그랑프리 4차 대회 3m 스프링보드에서 금메달을 땄다. 김영남과 짝을 이룬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3m 스프링보드에서도 우승했다.

지난 13일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수지가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 다이빙 사상 첫 메달이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수지가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 다이빙 사상 첫 메달이다. [연합뉴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은 우하람의 4번째 도전이다. 이제까지 세 차례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했지만, 아직 메달을 따진 못했다. 그런데 지난 13일 여자 다이빙 국가대표 김수지(21·울산광역시청)가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합계 257.20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김수지의 메달 소식은 우하람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됐다. 그는 “김수지의 메달 소식을 듣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우하람은 3년 전 인터뷰에서 “다이빙은 국내에선 비인기 종목이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우아하고 멋진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이빙을 ‘기술’이 아닌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손끝, 발끝의 미세한 각도까지 딱 맞춰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나온다. 다이빙이야말로 1초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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