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김일성 동지 서거 25돌 중앙추모대회’에서 검정 인민복에 노동당 마크 배지와 김일성·김정일부자 배지(초상휘장)를 각각 오른쪽·왼쪽 가슴에 달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주석단에 앉은 주요 당·정·군 간부들 모두 똑같이 양쪽 가슴에 두 개의 배지를 달았다. 앞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일성·김정일부자 배지(초상휘장)는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종종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고, 당 간부들도 공식 석상에 자주 달고 나왔다. 하지만 노동당 마크 배지는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부터 당 간부들이 처음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일행을 태운 전용 열차가 하노이에 도착했을 때 당 간부들이 이번처럼 당 배지와 김 부자 배지를 각각 오른쪽·왼쪽 가슴에 달고 나왔다”며 “당 배지가 그 때 처음 식별됐다”고 말했다. 당시엔 간부들만 당 배지를 달았는데, 이날 추모대회에선 김 위원장도 달고 나온 모습이 이례적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노동당 배지를 단 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동당 마크는 망치, 붓, 낫이 엇갈린 형상으로 각각 노동자, 지식인, 농민을 상징한다고 한다. 노동당 기(旗)는 붉은 바탕에 노란색 당 마크가 찍혀 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부터 당 배지가 등장한 점에 비춰 미국 국무부 대표단의 성조기 배지에 상응하는 차원에서 착용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대표단이 성조기 배지를 착용했다”며 “이를 의식한 조치 같다”고 말했다. 성조기 배지에 상응하는 인공기 배지가 아닌 당 배지를 선택한 데 대해선 “북한은 당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인공기 배지가 아닌 당 배지를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하노이회담 일행을 보면 최고 핵심층인 정치국 위원 위주로 당 배지를 착용한 모습이었다”며 “우리의 국회의원처럼 책임일꾼들의 정치적 대표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또 정상국가 지향 차원에서 김 부자 배지 외에 당 배지를 추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의 첫 정상국가 배지인 셈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