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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도둑 맞았다” 도박사이트 일당, 경찰에 신고했다가 덜미

중앙일보

입력

[픽사베이]

[픽사베이]

돈을 도둑맞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일당이 경찰에 신고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수원지방검찰청 인권·지식재산범죄전담부는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 범죄수익금 수수 및 은닉 사건을 수사한 결과 운영자인 A씨(40)를 기소 중지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고 9일 밝혔다. 또 A씨의 내연녀 B씨(36)와 A씨의 동서 C씨(34)를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필리핀에서 아바타 카지노라고 불리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고 그 수익금 수십억원을 내연녀와 동서 등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입금해 자금을 세탁했다. 아바타 카지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카지노를 생중계하는 방식을 말한다. B씨와 C씨는 각자 A씨에게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금 7억9600만원, 22억2800만원을 받아 가상화폐 거래로 불법자금을 세탁했다. C씨는 가상화폐 붐을 타고 상당한 수익을 올려 아파트 잔금 1억8300만원과 빌라 건축 부지 매입 대금 5억80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 사건 수사는 경기도 화성 동탄에서 발생한 단순 절도 사건에서 시작됐다. B씨의 지인인 D씨(33)는 지난해 8월 B씨 집 붙박이장에 보관된 현금 7800여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D씨는 이 돈이 불법 수익금인 것을 알고 신고가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B씨는 절도 피해를 봤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D씨를 경찰에서 넘겨받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돈이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B씨를 체포하는 등 수사에 들어갔다.

입금 계좌 등을 수사한 결과 A씨가 운영하는 도박사이트에 입금된 자금은 1006억원대에 달했다. 이 가운데 360억원이 수십 개의 대포통장을 거쳐 서울·수원·화성·용인·성남 등지에서 현금으로 인출됐다. 검찰은 자금세탁 범죄에 가담한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해서 수사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B씨와C씨 등이 범죄수익금의 일부인 48억9000여 만원을 은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일당이 은닉한 범죄수익금을 환수하기 위해 이들 소유의 부동산·예금채권·가상화폐·자동차·명품 등을 추징보전 조처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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