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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녀·손주 부양하느라··· 낀세대 5060 '셀프 노후 준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0·50대 60%는 은퇴 후에도 자녀부양 부담을 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후 준비도 매우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40·50대 60%는 은퇴 후에도 자녀부양 부담을 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후 준비도 매우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노부모와 성인이 된 자식 부양을 떨치지 못한 채 노후는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낀 세대’. 은퇴를 앞둔 한국 5060세대의 자화상이다.

한화생명, 5060관련 빅데이터 분석 #‘가족’ 중심, 손주 위한 지출도 많아 #자식에 짐 안되려 은퇴준비 스스로 #

 한화생명이 7일 이같은 내용의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화생명 유효 고객 약 500만명과 한 대형 카드사의 유효 고객 1650만명의 소비데이터, 주요 인터넷 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20만건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5060세대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었다. 인터넷 게시물 중 5060세대는 10명 중 2명 정도(18.6%)가 가족에 관해 이야기했다. 2030세대(3.2%)와는 차이가 컸다.

 ‘걱정’과 관련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5060세대는 가족, 자식, 미래, 일자리, 노후 등 가족과 관련한 내용이 많았다. 2030세대는 직장생활, 사랑, 친구, 야근 등 본인과 관련된 키워드가 대부분이었다.

 5060세대의 주요 걱정거리는 간병과 용돈 등 금전적인 측면이 많았다. 2017년 8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시니어 세대가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 게시글(2017년 8월~2018년 11월)에 등장한 가족 관련 걱정거리를 정리해보니 간병(18.4%) 용돈(14.2%) 희생(13.8%) 자녀결혼(13.1%) 순으로 나타났다. 자녀 학비는 4.6%, 손자녀 육아는 3.6%였다. 요양원 관련 언급도 11.2%였다.

5060세대 자녀 관련 걱정거리

5060세대 자녀 관련 걱정거리

 실제로 5060세대의 자녀ㆍ부모 부양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다. 심지어 손주에 대한 부양 부담까지 감당하고 있었다. 대형 카드사 소비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녀’ 관련한 카드 지출 비중에서 유치원비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50대는 등록금(23.7%), 학원(23.1%), 유치원(21.7%) 순이었다. 60대에서는 유치원(25.7%), 학원(18.9%), 등록금(17.0%) 순으로 집계됐다.

 공소민 한화생명 빅데이터팀장은 “50대에 자녀 졸업 등으로 등록금이나 학원 비용이 감소하면, 또다시 60대에 손자녀의 유치원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낀 세대’인 5060세대의 부양 부담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층(45~64세) 10명 중 4명은 노부모와 미혼 성인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고 있었다. 부양비는 월평균 103만원에 이른다.

 노부모와 성인 자녀에 대한 부담을 감당하면서도 5060세대가 기댈 곳은 없었다. 본인들의 노후 준비도 스스로 하고 있었다. 한화생명 데이터에 따르면 저축보험 평균 월납액은 5060세대(49만 4000원)가 3040세대(35만 4000원)보다 14만원 더 많았다. 소득대비 납입율도 5060세대가 6.7%로 3040세대(5.4%)보다 높았다.

 공 팀장은 “자녀에 손자녀까지 걱정하는 50∼60대가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하며 은퇴 후 준비도 스스로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해석했다.

자녀 관련 카드 지출 중 상위 순위 항목 비중

자녀 관련 카드 지출 중 상위 순위 항목 비중

 실제로 부모 부양에 대한 통계청의 2008년 조사에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50∼60대의 응답 비중이 15.4%였지만, 2018년 조사에선 21.3%로 커졌다.

 금융생활에 있어 5060세대는 모범생의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보험계약대출 건을 분석해보니 2040세대는 65.7%, 5060세대는 52.0% 연체 경험이 있었다. 신용대출 이용자 중 연체자 비율도 5060세대(27.6%)가 2040세대(55.6%)에 비해 낮았다. 연체 기간은 20대는 평균 2.54개월인 반면, 50대(0.43개월)와 60대(0.39개월)은 그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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