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규 감독 "코리아오픈 자신감 얻었지만, 앞으로 더 중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6일 열린 코리아오픈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전지희(왼쪽)에게 작전 지시를 하는 유남규 감독. [사진 대한탁구협회]

6일 열린 코리아오픈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전지희(왼쪽)에게 작전 지시를 하는 유남규 감독. [사진 대한탁구협회]

 "솔직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선수들이 잘 해줬어요.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탁구연맹(ITTF) 코리아오픈 일정을 모두 마친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의 유남규(51) 감독은 결과에 비교적 만족해했다. 내년 도쿄올림픽과 세계선수권(단체전) 전초전으로 치러 세계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 여자 탁구는 여자 복식의 양하은(포스코에너지)-최효주(삼성생명)가 준우승, 전지희(포스코에너지)-이시온(삼성생명)이 3위, 여자 단식의 전지희가 8강에 올랐다. 최근 리우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연이어 메달을 따지 못해 분위기가 처졌던 한국 여자 탁구엔 희망의 한 줄기를 볼 수 있었던 코리아오픈이었다.

유 감독은 올해 초 대한탁구협회 공모 과정을 거쳐서 지난 2월말 여자 탁구대표팀 감독직을 맡았다. 과거 남자대표팀 코치, 감독까지 맡았던 그는 2016년 초 삼성생명 여자탁구단을 맡아 여자 탁구 지도자가 된 뒤에 3년 만에 여자대표팀 지휘봉도 잡았다. 그러나 한국 여자 탁구의 분위기는 침체돼 있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4강은 물론 8강에도 쉽지 않을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져 있었다. 팀을 맡은 지 1달 가량 밖에 안 됐던 지난 4월 세계선수권 때도 여자대표팀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대회를 마쳤다.

2019 코리아오픈 탁구 여자 복식에서 준우승한 최효주(왼쪽)-양하은. [사진 대한탁구협회]

2019 코리아오픈 탁구 여자 복식에서 준우승한 최효주(왼쪽)-양하은. [사진 대한탁구협회]

세계선수권 직후 고강도 집중 훈련을 통해 선수들을 '원 팀'처럼 하나로 모으게 하고, 동시에 팀내 무한 경쟁 체제로 서로간에 경쟁 의식을 부추기도록 유도한 유 감독의 전략은 일단 이번 코리아오픈을 통해선 효과를 봤다. 유 감독은 6일 "솔직히 3위 한 팀 정도만 생각했는데 그 목표는 달성했다. 중국 선수들과 대결하면서 대등한 경기도 펼치고,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표팀 앞에도 과제는 숱하게 남아있다. 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많이 느낀 건 중국이나 일본의 톱 랭커들이 시합 중에도 많은 훈련을 하고 치열하게 연구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걸 보면서 많이 느끼고 깨달았다. 우리도 치열한 고민과 훈련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여자 단식에서 한국 선수 중에선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전지희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개인 단식 8강에서 세계 3위인 중국의 딩닝에 0-3으로 패한 전지희는 "스스로 부족한 걸 많이 느꼈다. 기술보단 심리적으로 밀리는 걸 많이 느꼈다. 한두 포인트 밀리고 있을 때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걸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희는 9월에 열릴 아시아선수권, 나아가선 내년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도 특정한 목표보단 "오늘보다 내일 더 잘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유남규 감독은 "다른 선수들과 싸우려면 무엇보다 체력과 정신력이 중요하다. 3개월여 만에 이 정도까지 됐지만, 연말까진 더 많은 연습량과 이를 통해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해야 팀도 전체적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부산=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