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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들이 베개로 썼다는 우즈벡 전통 빵 '리뽀슈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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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6)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시장 '초르수 바자르'에서 리뽀슈카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전지영]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시장 '초르수 바자르'에서 리뽀슈카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전지영]

우즈베키스탄 여성이 예쁘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니 정말 동서양의 오묘한 조화로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이 많았다. 우스갯소리로 우즈베키스탄에는 자연경치가 아니라, 예쁜 여자들 구경을 간다는 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30대를 넘으면서 무참하게 무너진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보통 남자가 24살, 여자가 21살일 때 결혼한다. 그래서 40세가 되면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배부르고 풍족히, 많이 먹는 것을 생애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결혼하고 아기를 낳으면 여성은 외모를 가꾸기보다는 술과 고기, 빵 등 많은 음식을 배불리 먹어 대부분 뚱뚱해진다. 평균연령도 68세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초르수 시장의 여자 옷가게가 작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이 나뉜다는 것이다. 왼쪽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결혼 전의 여자 옷이다. 오른쪽은 펑퍼짐하게 사이즈도 없이 늘어나는 고무줄 옷으로, 결혼한 여자가 입는 옷이 대부분이다. 둘이 극명하게 나뉜다.

우즈베키스탄은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전통 이슬람교 문화가 복원됐다. 그리고 터키, 이란 등 외부 이슬람 세계와의 교류확대로 현대 중앙아시아 이슬람교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이라서 매우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려인이 강제로 이주·정착해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라라서 그런지 한국인의 모습을 한 고려인과 후세들이 정겨웠고, 같은 민족으로 친근감이 느껴졌다.

초르수 바자르의 전경. 판매하는 여자 옷의 종류가 작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명하게 갈린다. 북적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물건을 거래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사진 전지영]

초르수 바자르의 전경. 판매하는 여자 옷의 종류가 작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명하게 갈린다. 북적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물건을 거래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사진 전지영]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시장 초르수 바자르(Chorsu Bazar)는 타슈켄트에 있으며 여행의 필수코스인 대표 재래시장이다. 초르수(Chorsu)는 ‘네 개의 물길이 만난다’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건조한 사막과 같던 우즈베키스탄에 물길이 네 개나 만나서 형성된 시장이라니. 예전부터 중국에서, 또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많은 사람이 북적이며 물건을 사고팔고 했을 모습이 상상이 된다.

이슬람 국가이다 보니 돼지고기는 거의 판매하지 않고,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등을 팔고 있다. 2층에서는 견과류를 팔고 있는데 여행객이 귀국선물로 많이 사 가는 아이템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주식으로 먹는 전통 빵은 러시아어로 ‘리뽀슈카’, 우즈베키스탄어로는 논(non)이라고 불린다. 초르수 바자르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빵이다. 직접 구울 수 있는 화덕과 주방시설을 갖추고 즉석에서 만들어 팔고 있다.

성인 얼굴보다도 훨씬 크고, 담백한 맛의 이 빵은 대부분 식사 때마다 주식으로 먹는다.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담백하여 다양한 소스나 요리 등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리뽀슈카를 손으로 찢는 것이 식사의 시작을 알리는 행위라고 한다. 리뽀슈카는 담백하고 수분이 적은 데다 기후도 건조해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유목민들이 이동하면서 베개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리뽀슈카는 우즈베키스탄의 주식이다. 대부분의 식사 때 이를 먹는데, 맛이 담백해 소스를 찍어 먹어도 무척 잘 어울린다. [사진 전지영]

리뽀슈카는 우즈베키스탄의 주식이다. 대부분의 식사 때 이를 먹는데, 맛이 담백해 소스를 찍어 먹어도 무척 잘 어울린다. [사진 전지영]

우즈베키스탄인은 집에 손님이 북적북적하는 것을 축복으로 생각해서 손님이 오는 것을 매우 반기며 온 가족이 손님 접대에 집중한다. 낮은 테이블(혹은 매트 위의 천)에 음식을 가득 차려내고 3~4시간 동안 담소하면서 식사한다. 한국에서 쓰는 용어인 ‘원샷’은 상대방과 술을 안 마신다는 의미로 결례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슬람교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대신 양고기 요리를 즐겨 먹으며, 주인이 팔로프(palov: 볶음밥의 일종)나 샤쉴릭 또는 카봅(케밥)이나 라그만(고기 국수)을 직접 손님에게 만들어 접대한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술탄 사레이 패밀리 레스토랑(Sultan Saray Family Restaurant)은 정통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는 우즈베키스탄인들의 여유로움은 항상 뭔가에 쫓기며 바쁘게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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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사레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정통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전지영]

술탄 사레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정통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전지영]

술탄 사레이 패밀리 레스토랑(Sultan Saray Family Restaurant)
주소: 33-34 Shahrisabz ko'chasi, Тошкент, 우즈베키스탄
연락처: +998 95 145 00 55
영업시간: 평일 영업, 오전 10시~오후 11시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타슈켄트의 초르수 바자르에서 장을 보고 난 후 술탄 사레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과 샤슬릭 한 접시, 그리고 주식인 리뽀슈카를 뜯어 먹으면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즐기는 잠시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길 바란다.

전지영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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