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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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시의 한주류는 자연시다. 서양사람들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아 왔지만 동양인은 자연에 순응하며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왔다. 그만큼 동양인에게 있어서의 자연은 친화적이며 혈연적인 것이기도 하다. 물론 농경생활과 무관한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어느 민족보다 자연을 사랑한다.
홍성란의<풍경>은 상당한 정신적 깊이를 보인 작품이다. 산자락이 구름으로 화하고 또 안개비에 돌아들며 그속에 독경소리에 깨어나는 잎새들의 이미지 연결이 신선감을 준다. 자연은 언제든지 그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러나 보는 사람에 따라 무한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준다. 아름답다는 것은 가강 순수한 것을 말하며 그 순수함은 자연에 있는 것이다.
강진형의 <아침산책> 은 아침산의 신선함을 노래하고 있다. 아침 이슬을 걷어내는 산소리를 들을수 있는 귀와 시간의 실꾸리를 감는 몸짓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이는 감춰진 자연의 참모습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김혜정의<추억>은 추억을 강물에 비유하여 노래한 시조로 맑고 아름답다.
가산정 의 <여행길> 은 누구나 여행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시조라 하겠다.
필자가 기억하는 자연시 한편.
산은 남성으로
우뚝하고 힘이 있고
물은 여성으로
밑을 적시며 흐르니
산수화 그 근본은 모두여기에서 발원했네.
(박 재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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