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손정의 일본 최대 IT기업 소프트뱅크 회장이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오후 2시부터 예정된 시간보다 50분 넘긴 90분간 손 회장을 접견했다. 문 대통령과 손 회장 만남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같은 해 6월 문 대통령이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한 이후 7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먼저 “손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 당시 초고속 인터넷망 필요성과 노무현 대통령 당시 온라인게임 산업육성을 조언했었다”며 “그것이 당시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한국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 조언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은 다른 사람들이 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그러면서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젊은 기업가들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투자된 기업은 매출 늘고, 이는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며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스스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혁신벤처창업가들은 자금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한국 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문 대통령은 AI 전문인력 양성 분야에도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세 가지 제안에 대해 손 회장은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I will!)”고 대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한국이 AI 분야에서 늦게 출발했을 수 있지만 강점도 많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뤘고, 이미 만들어진 개념을 사업화시키는 데에는 단연 앞서 간다”고 말했다. 한국 AI 분야에 투자를 다시 한 당부한 것이다.
이에 손 회장은 “한국이 인공지능 후발국이나 한발 한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 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세계가 한국의 인공지능에 투자하도록 돕겠다. 한국도 세계 1등 기업에 투자해라. 이것이 한국이 인공지능 1등 국가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이 한국계 일본인이어서 최근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논란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단에게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지난 2012년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 손 회장의 아시아수퍼그리드(여러 국가가 신재생 에너지를 전력망으로 공유) 구상을 듣고 큰 영감을 받았던 것을 언급하며 반가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탈(脫) 원전’ 정책을 추진하는데 핵심 비전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방문으로) 동북아슈퍼그리드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동북아철도 공동체가 동북아에너지공동체로, 동북아경제공동체로, 다자안보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