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하이닉스, 불안해하는 해외 고객 달래기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용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가 4일 0시를 기해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불안해 하는 해외 고객사를 진정시키기 위한 설명 작업에 나섰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e메일 형태의 입장문을 지난 2일 보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일부 고객사들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긴 칩을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는지를 계속 문의해 왔기 때문이다.

e메일을 통해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일부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했지만, 현재 수준의 생산량을 지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추후 변동 사항이 발생하면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도 영업 부서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단기적으로 대응 가능하지만, 장기화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고객사에 보냈다. SK하이닉스의 D램은 후찌쯔·히타치 등 일본 업체도 구매한다.

수출 규제 관련, 고객사에 입장문 전달 

일본 경제산업성이 4일 시작한 수출 규제는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3가지 품목에 대한 허가 제도를 기존의 ‘포괄 수출 허가’에서 ‘개별 수출 허가’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이들 품목을 수입하는데 최대 90일이 소요될 수 있다.

고순도의 불화수소는 반도체 세정 작업에 쓰이며,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를 제작할 때 쓰는 감광제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스마트폰이나 TV용 디스플레이를 만들 때 필요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직까진 생산 차질 없어, 일본 이외 공급선 찾기도 

일본 정부의 보복성 규제가 시작됐지만,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업체는 당장 생산에 차질을 받진 않았다고 한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당장의 생산 차질은 없는 상태”라면서 “전면적인 수출 금지가 아닌 수출절차 강화 수준인 만큼 현재까진 일본 업체들이 주문도 잘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도 “일단 비축해둔 재고가 있기 때문에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4개월 이상 가면 비축해둔 재고는 바닥난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일본 정부의 규제 유탄을 맞은 일본 소재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닛케이에 따르면 에칭가스 제조업체인 스텔라는 싱가포르 공장을 활용한 대체 수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토레지스트 제조업체인 도쿄오카(東京應化) 공업은 수출 허가를 얻기 위한 신청 서류가 많아지는 점을 고려해 미비한 점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규제 품목 늘릴 수 있어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품목을 늘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업계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를 만들때 식각(에칭)과정에 쓰는 플로린 가스는 독성이 있어 일본 정부가 국가 안보 목적으로 수출 규제에 나설 수 있다. 4일 일본 NHK는 내각 관계자를 인용, “한국 기업이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소재를 급히 납품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상시화했다”면서 “이런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전했다. 해당 품목 수출 관리를 엄격히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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