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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회동 나흘 만에 北 "美 적대행위 필사적" 비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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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연합뉴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연합뉴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3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과 맞물려 유엔 회원국들에 대북제재 결의 규정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美, 유엔회원국에 “北근로자 송환” 촉구 #3일 북한 유엔대표부 성명 발표해 반발 #"어렵게 조성된 평화 기조 약화 시도" #

 AP통신 등에 따르면 북한 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북미 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점점 더 (북한을 향한) 적대 행위에 필사적이다”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28~29일 미국이 유엔 회원국 전체에 “오는 12월 22일까지 모든 북한인 해외근로자들의 본국 송환을 촉구하라”는 서한을 보낸 사실을 지적하면서다.

 미국은 독일·영국·프랑스와 함께 4개국 유엔주재 대사 공동명의로 해당 서한을 이메일 형식으로 보냈다. 북한은 이 같은 미국의 행동이 이율배반적이라는 논리를 폈다. 북한대표부는 성명에서 “(4개국) 공동 서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을 제안한 당일 발송된 점을 쉽게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서한 이메일을 입수했다는 로이터통신은 “실제 작성 날짜는 27일로 찍혀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지난달 29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무장지대(DMZ) 깜짝 회동을 제안했다. 이메일이 27일 작성돼 다음날(28일)부터 발송됐다면 미국과 일본의 시차를 감안할 때, 북한 주장대로 같은 시기에 회담 제안과 대북제재 독려가 동시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은 자국 내 북한 근로자 현황에 대한 중간보고서 제출해야 한다. 올해 제출 기한은 지난 3월까지였지만 보고서를 제출한 회원국이 30여 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13층 정문 옆 현판. 최정 뉴욕중앙일보 기자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13층 정문 옆 현판. 최정 뉴욕중앙일보 기자

 북한이 자국 유엔대표부를 통해 항의 메시지를 보낸 데는 이전부터 정상국가 이미지 확보를 원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대표부는 “미국이 제재에 집착하며 대북 압박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상당히 터무니없는(ridiculous) 일”이라면서 미국이 “제재가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한반도에 어렵게 조성된 평화 기조를 약화하려는 미국의 끊임없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가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우리는 제재 해제에 목말라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의 제재 지속에 대한 반발을 국제사회에 정당하게 호소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과 별개로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를 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성과 결산 자료에서도 “한·미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및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완전 이행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명기했다. 현시점에서는 대북 제재 해제가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드러낸 표현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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