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건 “북한 WMD 완전동결 땐 평양에 연락사무소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비건. [뉴시스]

비건. [뉴시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는 동안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동결(complete freeze)을 원한다”고 밝혔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핵화 전 제재 완화는 안 돼 #대신 인도적 지원 등 가능할 것” #위성락 “핵동결론 해석은 잘못 #단계적 상응조치 타협 시사”

악시오스는 비건 대표가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WMD) 동결과 비핵화 최종상태(end state)에 대한 개념을 원하며, 북한과 핵포기를 향한 로드맵을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건은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북한과 일부 타협(give and take)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에 응할 경우 단계별 상응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단, 비건 대표는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전에는 제재 완화에 관심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는 “북한이 우리에게 핵무기 20개를 내 놓는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장관과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고, 대통령은 그것(상응조치)을 고려할 것”이라며 “인도주의 지원, 인적 교류 확대, 상대 수도 주재하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 수도 주재는 연락사무소 개설을 뜻한다.

관련기사

이와 관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서울대 교수는 “미국의 입장이 하노이 2차 정상회담 때보다 다소 유연해진 것 같다”며 “그러나 비건의 언급을 미 행정부의 정책이 핵 동결 수준으로 완화됐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다만, “첫 입구로 WMD 동결을 언급하면서 상응조치와 맞물려 단계적으로 풀 수 있음을 시사했을 순 있다”고 분석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미 행정부의 완전한 비핵화 구상엔 WMD 동결이 줄곧 들어있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은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는만큼 이를 서둘러 동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비건이 던진 ‘동결’ 화두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 즉 ‘대선 경로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만 폐기하고, 핵은 그대로 두는 선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타협할 수 있다’는 선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미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이번 방한과 관련, 한·미 정상이 “최종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와 유엔 안보리 제재의 완전한 이행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3일 국회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목표)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다만 협상은 주고 받아야 가능하니까, 합의 가능한 부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미간 실무협상이 2~3주 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8월 2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태국 방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이용호 외무상간 회동이 성사된다면 향후 3차 정상회담 등 북핵협상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정효식 기자,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