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제재 완화?…런 CEO 시큰둥 “자력갱생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왼쪽)과 런정페이 화웨이 CEO. [AP=연합뉴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왼쪽)과 런정페이 화웨이 CEO. [AP=연합뉴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를 일부 풀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중국 증권시보가 보도했다.

런 CEO는 3일 중국 증권시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움직임이 있더라도 화웨이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적대시하는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춰 미국 부품 의존도를 낮추는 등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화웨이도 계속해서 미국 제품을 쓰기 원한다. 하지만 '화웨이 제재를 일부 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미국 기업에 유리한 것을 뜻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력갱생의 이념을 받든다"며 "미국은 이러한 고통을 우리에게 주고 있지만, 결국 우리를 좋은 방법으로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화웨이가 외부 환경 악화에 맞서 내부적으로 더욱 단결하게 됐다"며 "미국 부품을 쓰지 못하게 되더라도 자체 개발을 하거나 중국 또는 다른 나라 기업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런 CEO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이 미국의 것보다 선진적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화웨이에 여전히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멍'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일 뿐"이라며 "미국의 수출 통제 리스트는 화웨이에 '사망 위협'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현재 미국의 압박 국면에서도 직원 수를 18만8000명에서 19만4000명으로 늘릴 정도로 왕성한 생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신장비 분야 외에 휴대전화 등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단말기 사업 분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국 제재로 인한 피해를 인정했다. "현재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단말기 분야인데 1∼2년이 지나면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런 CEO는 지난달 17일 열린 한 대담에서도 화웨이의 현재 처지를 "심하게 파손된 비행기"라며 "미국의 압박에 대비는 했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 2년간 감산에 들어가며 그에 따라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한 뒤 "화웨이가 미국산 부품을 계속 살 수 있도록 제재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외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 일각에서는 제재를 대폭 완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수출 통제 리스트에 계속 올린 채 일부 미국산 칩 판매가 제한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칩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미국 백악관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 5G(5세대) 이동통신과 관련한 화웨이에 대한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연간 10억 달러도 안 되는 칩을 판매하는 것은 작은 규모"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