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금융서비스 분야 일부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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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미 FTA민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오른쪽에서 둘째)이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 FTA협상에 대한 국민의 협조를 바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공동위원장인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회장.유지창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강정현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 이틀째인 11일 양국은 금융분야 일부 쟁점에서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상품.농산물 등 상당수 분야에서는 여전히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양국은 협상 첫날 8개 분과의 협상을 벌인 데 이어 이날 섬유.원산지.서비스.노동 등 13개 분과에서 협상을 계속했다.

◆ 일부 쟁점 합의=양국은 파생금융상품 등 신(新)금융서비스의 경우 상대국 시장에 진입할 때 개별 상품별로 금융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기로 했다. 신금융서비스란 상대국에 없는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은 당초 신금융서비스를 대폭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상대국의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개별 상품별로 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신금융상품의 판매도 온라인 방식을 허용하지 않고 현지 법인이나 지점을 통해서만 이뤄지도록 했다.

양국은 또 인터넷 등을 이용한 국경 간 거래의 경우 가계대출과 같은 소매금융은 개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신 수출입 적하보험과 해운.항공보험, 재보험이나 전문 사업자 간의 거래 등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개방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험 광고의 대폭적 허용 등 보험시장의 개방확대와 손해사정.보험계리 분야의 개방 여부는 쟁점이 많아 계속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시장개방 유보(개방 불가)안의 골격 등에 대해 특별한 이견이 없는 만큼 이번 협상 기간 중에 안을 교환하기로 했다.

원산지 분야에서도 미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모든 부품의 원산지를 추적해 일정 비율 이상의 부품을 사용했을 때만 해당국의 원산지로 인정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쉽지 않은 상품 분야 협상=상품시장 개방 원칙 등에서는 구체적인 개방 단계와 시기 등을 놓고 양측의 의견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양국은 이날 상품.농산물.섬유 3개 분야에서 당초 예정됐던 분야별 양허안 교환을 미루고 관세 감축 등 시장개방 조치의 단계.시기 등 원칙을 먼저 정하기로 하고 협의를 시작했다. 한국이 공산품은 신속하게 개방을 추진하되 농산물은 가급적 천천히 개방하자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농산물 개방을 폭넓고 빠르게 진행하는 대신 섬유 등은 서두르지 말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한국은 미국 내 섬유시장의 실질적인 개방을 요구했고, 미국은 농산물과 의약품 시장의 개방 확대를 집중적으로 요구하는 등 서로 취약부문에 대한 공방도 벌였다. 통상본부 관계자는 "양국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이번 협상 기간 중 상품 분야 등에서 품목별 개방계획을 교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은 원격교육.유학시험 등에 대한 한국 시장 수요를 겨냥해 인터넷 교육서비스와 미국대학수능시험(SAT) 등 교육 테스트 서비스에 대해서도 개방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계 교육기관이 대거 진출할 경우 현행 토플.토익 위주의 유학시험과 관련된 사교육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홍병기 기자<klaatu@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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