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경찰 저지 뚫고 의사당 점거···사상 초유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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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중심의 일부 강경 시위대가 바리케이드 등을 이용해 입법원 청사 건물 1층 바깥에 있는 유리 벽을 깼다. [AP=연합뉴스]

청년 중심의 일부 강경 시위대가 바리케이드 등을 이용해 입법원 청사 건물 1층 바깥에 있는 유리 벽을 깼다. [AP=연합뉴스]

홍콩 주권 반환 22주년인 1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완전 철폐, 케리 람 행정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는 최소 수만명의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입법원(국회)에 진입해 의사당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청년 중심의 일부 강경 시위대가 바리케이드 등을 이용해 입법원 청사 건물 1층 바깥에 있는 유리 벽을 깼으며, 밤 9시(현지시간) 무렵부터 건물 안으로 대거 진입했다.

당초 경찰은 건물 밖에서 이들의 접근을 저지하려고 했으나 입법원으로 밀려드는 시위대가 늘어나면서 건물 안으로 1차로 밀려났다가 다시 여기서도 밀려났다.

시위대 일부는 입법원 1층 로비의 폐쇄회로(CC)TV, 빔 프로젝터, 역대 의장 초상 등을 부수거나 훼손하는가 하면 입법회 내 곳곳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하는 '反送中' 등의 글씨를 적었다.

시위대는 특히 의사당 벽 중앙에 걸린 홍콩특별행정구의 동그란 상징 그림 위에도 검은 스프레이 칠을 했다. 일부 사람들은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흔들어 눈길을 끌었다.

시위대가 의사당 벽 중앙에 걸린 홍콩특별행정구의 동그란 상징 그림 위에 검은 스프레이 칠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위대가 의사당 벽 중앙에 걸린 홍콩특별행정구의 동그란 상징 그림 위에 검은 스프레이 칠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입법원 안의 시위대는 최소 수백명 이상으로 불어났으며 입법원 바깥에도 역시 수천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시위대가 머무르고 있다.

강경 시위대가 정부 청사가 아닌 입법원을 점거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이곳이 홍콩 정부와 여당이 시민들이 반대하는 송환법을 통과시키려던 공간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위대에 점거돼 시설 일부가 파괴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입법회는 사상 최초로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1층 로비에서 시위대와 대치하던 경찰은 불법 진입을 중단하라고 경고하기도 했지만 실제 강경한 진압 수단을 쓰지는 않고 물러났다.

그러나 늦은 밤 경찰은 페이스북에 공개한 동영상을 통해 곧 행동에 들어가 입법회 공간을 정리할 것이라면서 저항하는 자에게는 '적절한 힘(appropriate force)'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폭력 사태와 관련이 없는 이들은 빨리 현장을 떠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앤드루 렁 입법회 의장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시위대가 극단적 폭력을 쓰고 입법회에 몰려들어 청사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 것이 매우 슬프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폭력 행위를 규탄했다.

홍콩 정부도 성명을 내고 "홍콩은 법에 의한 통치를 존중하며 폭력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하고 나서 공공 기관을 향한 직접적인 공격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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