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선 자유무역 외치던 日의 경제보복…정부 "WTO 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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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 제재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언급한 첫 대응책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였다. 주요 20개국(G20)에서는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내세웠다가 불과 며칠 만에 '경제 보복' 카드를 내민 일본의 모순적인 행태에 대한 우회적인 비난도 담겼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일본의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일본이 오늘 발표한 수출통제 강화조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수출현안 점검 회의를 주재한 직후다. 산업부는 이번 경제 제재 조치를 발표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국 측 카운터파트다.

성 장관은 "오늘 오전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며 "일본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라고 규정했다. 이어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춰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주말 일본에서 치른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일본의 자세도 문제 삼았다. 그는 "수출제한 조치는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될 뿐만 아니라, 지난주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개최한 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 환경을 구축하고, 시장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 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표현은 정제됐지만, G20에서는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니 스스로 말을 뒤집는 일본의 이율배반적인 조치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이런 조치에 대비한 정부의 그간 노력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그간 업계와 함께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대책으로는 국제법적 대응을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금일 오전 관계 장관 회의를 통해 상황 및 대응방향을 면밀히 점검했다"며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오늘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이날 오전 공식 발표했다.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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