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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은행원·사업가·주부…'글c클럽'에선 모두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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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학교 입학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뒤 세상의 일은 다 어머니의 일이 되었다.(하략)

세상의 부모들은 모두 자식을 울리려고 태어나시는 것 같다. 중앙일보 글c클럽(이하 중글) 2기에 참여한 최용근 변호사의 글을 보면 그렇다. 절제있게 시작하는 글의 품새가 이미 아마추어 수준은 넘은 것으로 보인다.

"손자, 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좀 더 멋지게 쓰고 싶어 왔지요."

구자정님의 말이다. 저마다 다른 색깔을 지닌 16명이 지난 4월 중글 2기 과정에 모였다. 석 달 가까이 매주 월요일 저녁,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글방 벗으로 어울렸다.

그들이 지난 24일 홍대 앞 한 카페에서 종강파티를 했다. '2019년 찬란한 봄날을 함께한 멋진 친구들!'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김밥을 먹다 어떻게 근사한 루프탑까지 올라왔느냐고? 누구나 가끔은 사치할 권리가 있다. 의미 있는 축적을 위해 남모르게 인내했다면 더욱 그렇다. 포르투갈 와인과 스테이크, 그리고 레스토랑 사장님의 명품 색소폰 연주까지 호사를 누렸다. 회원들도 호응했다.  예중 때 성악을 했다는 이유나씨가 뮤지컬 캐츠의 '메모리'로 화답했다. 직접 그랜드 피아노를 치면서.

이날 마지막 강의를 맡은 김동률 서강대 교수는 '위대한 개츠비' 파티인 줄 알았다나. 소소한 글c클럽이지만 '위대한' 면도 있다. 30대부터 80대까지 한 교실에서 어울리며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게 그렇다. 알다시피 이 땅에서 나이는 매우 힘이 세다. 하지만 중글이란 공간은 예외다. 누구도 나이를 앞세워 으스대지 않는다.

중앙일보 글c클럽 2기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김동률 서강대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글c클럽]

중앙일보 글c클럽 2기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김동률 서강대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글c클럽]

직업도 참 다양하다. 빌딩 공조시스템 공사만 40년 이상 하고 있는 심기석(여)대표가 있고, 물리학도 출신인 가정주부는 20년 넘게 그림만 그리다 이곳을 찾았다. 문화재 복원 일을 하는 박종덕 대표는 매주 대전에서 기차 타고 서울 나들이를 했다. 펀드회사 윤지현 부장은 사회생활이 힘들 때마다 돌아보니 늘 아버지가 거기 계시더라고 글로 고백했다.

글쓰는 업무를 더 잘하고 싶어 찾아온 은행원 정슬기 과장도 있다. 건설사 인사팀장 김원일씨는 석 달이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부장판사 출신인 김영식 변호사는 그동안 틈틈이 습작한 시가 50편을 넘는다고 종강파티에서 털어놓았다. 회원들은 반드시 시집을 내라며, 그리고 다들 자신이 첫 독자가 되겠다며 응원했다. 증권맨 최승수씨와 미술감독 정선화씨는 분위기 메이커라 각각 회장, 반장이라는 감투를 썼다.

6년 전 글c는 ‘글쓰는 ceo’로 출발했지만 지금의 c는 컬쳐(culture), 크리에이터(creator)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도 연말에는 회원들의 글을 모아 출판기념회를 연다. 지금까지는『살며 사랑하며 글쓰며』한 제목이었지만 몇 달 뒤 태어날 다섯 번째 책은 새 옷으로 갈아입을 예정이다. 품격이나 콘텐츠에서 중글은 흔치 않은 문화살롱이다. 3기는 9월에 이어진다.

심상복 글c클럽 원장 simba3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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