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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인구 절벽, 인구 오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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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하현옥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하현옥 금융팀장

하현옥 금융팀장

‘58년 개띠’가 아니라도 1980년대 초반까지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의 2부제 수업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학령인구가 많은 탓에 저학년 일부는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했다. 입시와 취업 관문을 통과하며 겪었던 치열한 경쟁은 버거웠지만 ‘콩나물시루’ 교실은 한국 경제의 힘이었다.

이를 설명하는 것이 ‘인구 배당’ 효과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높아지며 부양률이 떨어져 저축률이 오르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른바 ‘인구 보너스(bonus)’다. 그 반대가 ‘인구 오너스(onus)’다. 인구가 줄면서 생산과 소비가 축소돼 경제 성장이 둔화한다.

인구 오너스와 맞닿은 것이 ‘인구 절벽’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이다. 특히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40대 중·후반 인구가 줄어 급격한 소비 위축이 발생하는 것을 일컫는다.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제시한 개념이다. 인구 절벽으로 경제 활동이 쪼그라들면 경제 위기도 생길 수 있다.

그가 예상한 한국의 인구 절벽 발생 시점은 2018년이었다. 출생아 수가 가장 많던 71년생이 소비 절정기(47세)에 이르는 해다. 이때를 정점으로 소비가 꺾이며 경제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3757만명) 정점을 찍고 줄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는 고용과 성장을 끌어내릴 악재다. 인구 절벽에 다다른 한국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 등 전국 10개 시·도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2044년에는 세종을 뺀 전국에서 인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정권 불문, 저출산을 막으려 13년간 143조원가량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무소용인 모양새다. 힘 빠지는 한국 경제에 악재만 한가득이다.

하현옥 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