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석열판 검사와의 대화···형사부 속내 2시간 쏟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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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검찰총장 청문회를 앞둔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형사부 평검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윤 후보자는 검찰총장 임명 이후 형사부 강화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주변 인사들은 말한다. 문무일-윤석열로 이어지는 검찰 특수수사 라인이 잇따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는 상황에서 형사부 검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형사부 평검사들과 비공개 간담회 

법조계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2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서 근무하는 검사 10여명을 따로 불러 2시간 동안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형사부 경력이 많은 10년차 내외 평검사들과 예하에 형사1~9부를 두고 있는 이두봉 1차장검사, 이노공 4차장검사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장이 형사부 평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건 이례적이다.

윤 후보자는 이날 형사부 근무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는지, 개선해야 하는 점이나 건의사항이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형사부 검사들이 돌아가면서 의견을 얘기하고 윤 후보자는 거의 듣기만 했다고 한다.

"형사부 검사도 검사장 승진 가능해야" 건의 

형사부 검사들은 윤 후보자에게 “특수수사를 주로 한 검사들만 중용되고 있는데 형사부만 거치더라도 검사장 승진이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사회적 관심을 끄는 특수수사를 주로 한 검사들이 상대적으로 검사장 승진 비율이 높은 검찰 관행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윤 후보자 역시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수사 관련 부서의 요직을 모두 거쳤다.

또 간담회에서는 “수사관을 비롯해 전반적인 형사부의 인력이 부족하다”, “일반 형사사건에 의욕을 보이지 않는 직원들이 많다”는 등 형사부 근무 중 겪는 애로가 전달됐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검사는 “윤 후보자가 이 같은 검사들의 의견을 모두 메모했다”고 말했다.

형사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불만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 행사와 관련해서도 얘기가 나왔다.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를 주 업무로 하는 형사부 검사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다. 윤 후보자가 대표적인 ‘특수통’인 만큼 그가 수사권 조정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자는 지금껏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그는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직후 수사권 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며 말을 아꼈다.

윤석열, 형사부 강화 내세울 듯

간담회 참석자들과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검찰의 수사지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그가 입장을 내놓진 않아도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정부와의 충돌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후보자는 평소 사석에서 “검사 업무의 우선순위는 첫째가 공소유지라는 본연의 업무고 둘째가 경찰 수사지휘, 셋째가 경찰이 보낸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다”며 "검찰의 직접수사는 우선순위 네번째"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 후보자는 임명 이후 형사부 강화를 공식적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형사부 검사들만 따로 불러 간담회를 한 것은 그 사전포석으로 해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간담회는 윤 후보자가 형사부를 강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그는 형사부 업무가 민생과 가장 밀접하고 중요하다는 소신을 여러 번 말한 적 있다”고 전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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