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루블화 현금화 걸림돌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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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교류 구체화로 알아본 실태>
한·소 양국간 경제교류의 가능성이 구체화되면서 대금결제방식과 루블화를 외국의 주요통화로 바꿀 때의 어려움이 새로운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소련은 루블화가 국제화폐로서의 교환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외환사정이 좋지 않아 무역거래시 구상무역형태를 고집할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필요한 물건을 상호 교환하는 단순교환 방식이 이루어지는데 진도가 처음 소련에 진출할 때 이 방법을 썼다.
여기서 한 단계 발전해 현대와 국내 수산회사들은 3자간 구상을 실현시켰다.
즉 소련선박을 현대가 수리해주고 그 대금은 소련 측으로부터 직접 받지 않고 국내 수산회사가 대신 지불하고 해당하는 액수만큼을 소련 영해에서 고기를 잡아 해결하는 방식을 발견해낸 것이다.
이 방식은 직접적으로 물물을 교환할 품목과 수량이 제한되어 있어 소련 측이나 대상기업 등의 이해만 맞는다면 좋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 소련과의 거래에서 이러한 방식을 비교적 많이 이용하고 있는 나라들로는 동유럽국가들과 인도·터키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현금화하는데 걸리는 시간들을 감안하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소련과의 무역거래에서 이용되는 이러한 편법이 아닌 정상적인 결제방식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현재 국제적으로 공인된 방식으로는 잉캇쇼(선적서류상환불), 신용장(L/C) 등을 이용한 현금결제방식과 산업설비 등의 매매에 사용되는 오픈계정, 연불결제 등의 신용결제방식이 있다.
잉캇쇼 방식은 소련의 전통적인 대금결제방식으로 수출업자가 소련의 수입업자에게 물품을 선적한 후 선적서류를 양국 은행을 통해 수입업자에게 전달, 수입업자가 이를 근거로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소련은 신용장 개설에 필요한 복잡한 절차나 서류 등을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어 잉캇쇼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금결제에 따르는 이러한 문제점들은 직접 투자에 따르는 어려움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루블화가 외국의 주요통화와 직접적으로 교환이 안되기 때문에 합작기업 등은 운영자금을 소련내에서 확보할 때 큰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즉 운영자금은 루블로 사용해야 하나 루블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어 있어 이 비율로 달러 등을 교환한다면 해당기업엔 엄청난 손해가 따르게 된다.
따라서 외국에선 소련에 루블화의 국제화폐로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하고 실제가치를 반영한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소련은 지난 1월 부수상 카멘체프 등의 말을 통해 90년까지 우선 50%의 평가절하를 단행하고 2005년까지는 완전 태환화폐로 전환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준비기간 동안 경제특구에는 상설 외환경매소를 설치하고 그 외 지역에서는 연3회 정도의 외환경매를 실시, 이곳에서는 실세환율에 가까운 환율로 교환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대소진출에 야기되는 이러한 어려움은 소련의 외환사정의 악화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단기간에는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어 국내기업들의 소련진출에 큰 어려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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