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시위 1번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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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천주교의 메카인 서울명동성당이 끝없이 이어지는 각종 시위와 농성의 마당이 돼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우뚝 서 매일 정오와 오후 6시, 지친 시민들에게 은은한 종소리를 들려주고 연인들과 노인들이 산책을 즐기는 낭만적인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
언제부터인가 구호와 노래로 뒤덮인 온갖 목소리의 자유 성토장이 된 채 주변엔 진압경찰이 깔려 스산한 눈초리를 던지는 「시위 1번지」가 돼버렸다.
『전교조 탄압하는 문교당국 물러가라.』
4일 하룻동안 성당에서 열린 집회는 오후 4시 30분 고교생·교사들의 「참교육실천 결의대회」등 4개로 참석인원은 10일째 단식농성중인 전교조교사 6백여명과 20여 일째 농성중인 노점상연합회원 1백여명을 포함, 줄잡아 2천명선.
「전교조사 수지지」「선생님 힘내세요」「노점상철거 결사반대」. 곳곳에 붙은 벽보와 플래카드, 농성자들의 텐트가 땡볕에 이글거려도 농성대의 구호와 노래는 그칠줄 모른다.
정문 앞만 살짝 터놓은 채 주변에 깔린 경비경찰수는 무려 12개 중대 1천8백여명으로 20여대의 호송버스와 페퍼포그차까지 포진, 이날 오후 집회에 참석하러온 대학생·교사 등 1백1명을 주변 곳곳에서 강제연행 해산시켰다.
명동성당이 본격적으로 「시위명소」가 된 것은 87년 「6월 항쟁」때 학생·재야인사들의 집단농성이 가장 큰 계기.
숱한 「민주화」외침의 단골손님도 대학생에서 철거민·노점상·교사·중고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올들어서만도 5월말 전대협학생들의 「이철규군 사인규명」요구와 현재 진행중인 전교조·노점상 농성 등 모두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시위·농성이 있었다.
지난달 13일 이부영 전교조위원장 직무대리(43)의 검거를 위해 경찰이 성당구내 가톨릭대학생연합회사무실까지 진입, 가톨릭계의 반발과 말썽을 빚기도 했으나 「마지막 성역」이라는 이유로 시위·농성은 계속될 전망.
임수경양 밀입북사건이후 대학구내에 경찰이 본격 진입하게 됨에 따라 시위자들에겐 명동성당이 「최후의 농성장」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피해자는 물론 당사자인 명동성당 쪽.
성당 관계자와 신도들은 『무엇보다 미사 등 종교생활이 침해받고 있다』며 『성역인 대성당 뒤 「성모동산」에 까지 농성자들이 진을 치는 무례를 범하지만 성당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자제요청을 하는 게 대응책의 고작』이라고 말한다.
부근 상가의 피해도 크다.
성당 앞 로얄호텔의 경우 시위 단골지역이 되면서 최루가스와 소음, 살벌한 경비 때문에 객실·코피숍 등의 손님이 20%나 줄어 부근 세종·프레지던트호텔보다 영업실적이 20∼30% 뒤지는 고통을 겪고 있다는 관계자의 말.
인근 P양품점주인 최모씨(35·여)는 『시위 때마다 40%이상 매상이 준다』며 울상을 짓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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