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 0순위 존슨 “10월말 무조건 브렉시트. 노 딜도 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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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자신을 풍자한 그림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자신을 풍자한 그림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총리 후보 0순위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연기 시한인 10월 31일까지 EU를 떠나야 하며,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슨 전 장관이 총리가 되면 노 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터라 실제 추진 여부가 주목된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존슨의 브렉시트 방안에 보수당 의원이 반발해 탈당할 경우 곧바로 총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BBC 인터뷰서 '노 딜도 불사' 강경론 확인 #애인과 언쟁엔 "가족 등 무언급이 내 원칙" #'트럼프 책사 극우 배넌이 연설 자문' 논란 #존슨 반대해 일부 의원 탈당시 총선 가능

 존슨 전 장관은 24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핼러윈 데이인 10월 31일에 EU를 탈퇴하는 것이 내 공약”이라며 “오랫동안 큰 구름에 우리를 가뒀던 패배주의와 비관론을 버리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나 노 딜 브렉시트라는 결과를 진지하고 자신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U와 일종의 합의를 하고 이행 기간을 갖는 것이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노 딜도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자택을 나서고 있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자택을 나서고 있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존슨 전 장관은 “보수당과 노동당 의원들은 모두 우리가 (브렉시트를) 이행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에게 치명적인 보복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U와의 재협상을 얻어내기 위해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로이터는 풀이했다.

 존슨 전 장관은 브렉시트 시행 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국경이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엄격한 국경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장치를 만들면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연하 애인과 한밤 언쟁을 벌여 이웃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것과 관련해 존슨 전 장관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수년 동안 내 원칙이었다. 그들이 공정하지 못한 대접을 받으면서 좋지 않은 상황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껴갔다. 존슨의 경쟁자인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존슨이 관련 사건에 대해 설명하지 않자 “겁쟁이"라고 비판했었다.

영국 총리 최종 후보인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왼쪽)과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총리실 관저 앞에서 찍힌 사진 [AP=연합뉴스]

영국 총리 최종 후보인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왼쪽)과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총리실 관저 앞에서 찍힌 사진 [AP=연합뉴스]

 존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우 성향 보좌관이었던 스티브 배넌으로부터 외무장관직 사임 연설을 작성할 때 조언을 받았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영국 총리 최종 결선은 보수당 당원 16만 명가량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7월 하순 발표될 예정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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