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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잘되면 규제 받을까 살얼음판 걷는다" 한국 모빌리티 기업의 역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예외조항' 비즈니스 된 한국 모빌리티 서비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모빌리티, 혁신과 고민을 낳다'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모빌리티, 혁신과 고민을 낳다'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이후 여전히 지지부진한 국내 승차공유 시장 관련 규제 혁신에 대해 모빌리리 업체들이 답답한 심정을 호소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모빌리티, 혁신과 고민을 낳다’에 참석한 모빌리티 업체 관계자들의 토로다.

김수 카카오모빌리티 정책협력실장은 “(타다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내에 나오는 다양한 모빌리티 시도의 근거법령은 대부분 예외적 조항을 통해 서비스 되는 탓에 각자 자기 입장에 유리하게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VCNC의 타다 서비스. [사진 VCNC]

VCNC의 타다 서비스. [사진 VCNC]

실제 카풀 서비스는 자가용의 유상운송행위를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 81조의 예외조항인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활용한 사업모델이었다. VCNC의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와 최근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파파’,‘차차밴’ 등 유사 서비스들도 마찬가지다. 렌터카 기사 알선을 금지한 같은 법 34조의 예외인 ‘승차정원 11~15인승 승합차’ 시행령 조항을 활용한 서비스다.

시행령·조례도 모자라 지자체 지침까지

김수 실장은 “2013년 우버의 한국진출 이후 아직도 정책로드맵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법 조항들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유권해석이 없다”며 “그때부터 제대로 준비했다면 지금 생긴 카풀·타다 같은 갈등과 안타까운 희생, 사회적 손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신산업 영역에 대한 법령이 제대로 정비되지 못하다 보니 생기는 혼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류동근 우버코리아 상무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하위 법령에 자꾸 위임하는 경우가 있다”며 “시행령, 조례도 모자라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가이드라인·지침을 통한 규제까지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세히 따져보면 상위법에 어긋나는 지침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심지어는 지자체가 모빌리티 사업 연관 지침을 갖고 있는데 공지가 안 돼 있는 경우도 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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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잘될까 두려운 모빌리티 스타트업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고 혼선을 빚는 탓에 새로운 혁신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얼마 전 18개 모빌리티 스타트업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다들 마음속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사업은 일단 시작했지만, 사업이 잘되고 알려지고 유명해지면 규제가 시작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다들 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의 불편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의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중재해야 할 정부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정치권과 업계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의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중재해야 할 정부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정치권과 업계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은 “한국이 모빌리티 서비스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뭔가 해결하려다 보면 관련 부처가 다 모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각자 입장이 달라 정부 내에서조차 합의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거 해결하려고 만든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실행력이 없어 해결이 잘 안 되고 있다. 모빌리티 사업엔 속도가 생명인데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교통정리를 하고, 국회도 관련 내용 법안 처리를 빨리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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