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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대신 집박쥐 키워볼까…매일 모기 3000마리 먹는다

중앙일보

입력

집박쥐. [사진 국립생태원]

집박쥐. [사진 국립생태원]

주택의 벽이나 지붕 틈에 주로 사는 집박쥐가 해충을 조절하는 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2016년 2월부터 10달 동안 삼척·문경·안성·함평·제주 지역에서 집박쥐, 긴날개박쥐 등 곤충을 먹는 박쥐 4종을 대상으로 ‘식충성 박쥐의 생태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몸무게 7~9g의 집박쥐가 매일 밤 1~3g 정도의 해충을 먹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모기 3000마리가량을 먹는 양이라고 국립생태원은 설명했다.

집박쥐는 애기박쥐과에 속하는 종으로 한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 아시아에 분포한다. 동굴에서 살아가는 동굴성(cave-dwelling) 박쥐와 달리 한옥의 서까래나 벽 틈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주거성(house dwelling) 박쥐다.

해충 구제 위해 집박쥐 활용 

전남 함평군의 한옥내 집박쥐 잠자리. [사진 국립생태원]

전남 함평군의 한옥내 집박쥐 잠자리. [사진 국립생태원]

집박쥐는 민가 주택의 벽, 지붕, 인공구조물 등의 다양한 틈을 잠자리로 이용한다. 주로 10~30마리씩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11월부터 3월에 동면을 마친 집박쥐는 6월 중순 경에 2~4마리를 출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새끼는 출생한 지 3주가 지나면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다.

한반도를 포함해 온대지역에 분포하는 식충성 박쥐는 곤충을 유일한 먹이 자원으로 이용한다. 특히 야행성인 박쥐의 곤충 섭취량은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하게 많다. 생태계에서 박쥐가 곤충의 조절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집박쥐는 벼 해충으로 알려진 멸강나방, 혹명나방, 흰등멸구 등의 해충도 잡아먹는다. 농경지 내에 집박쥐가 산다면 살충제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김선숙 국립생태원 진화생태연구팀장은 “농경지 내 서식하는 박쥐는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농약을 적게 쓰는 친환경 농업을 가능하게 해준다”며 “유럽이나 동남아, 미국에서는 이미 농경지의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집박쥐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환경 변화로 서식지 사라져 

집박쥐. [사진 국립생태원]

집박쥐. [사진 국립생태원]

과거에는 집박쥐가 주거공간에서 함께 살며 해충 포식자로 역할을 해왔으나 주거 환경의 변화로 서식지를 점차 잃고 있다. 현재는 하천이나 농경지 인근에서 집박쥐를 볼 수 있다.

박쥐는 에너지 소비가 높은 동물이기 때문에 먹이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잠을 자야만 한다. 이때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한데, 박쥐는 스스로 집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나무 구멍, 벽 틈을 잠자리로 이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박쥐의 잠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어 박쥐의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다.

주거지역에 설치된 인공 박쥐집. [사진 국립생태원]

주거지역에 설치된 인공 박쥐집. [사진 국립생태원]

이에 국립생태원은 충남연구원과 22일부터 23일까지 충남 청양군 물여울농촌체험장에서 ‘집박쥐와 함께 하는 녹색환경 만들기’ 체험행사를 개최한다.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지역주민과 초중고학생 등 사전에 신청한 100여 명이 참가한다. 참여자는 직접 만든 박쥐 집을 농경지 주변에 설치해 박쥐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한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행사는 식충성 박쥐의 생태 특성을 활용해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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