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양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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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백리 질펀한 물밭
수천만 잎 수수잎 들.
늘비한 잎잎 꿈에
든 객선 미끄러지네.
객선은 수수꽃 되어
긴 수수목
뽑는다.
이 꽃이 여름 박차고
가을 물살 가를 제면
잘 여물 수수알 들
우리 모두 그렇겠네.
섬 사이
비집는 이물
땀 줄줄 쏟는 뱃전.
사뭇 날을 비익조여라
나란한 돛배 한 쌍.
엿보며, 은근히 내
서른해 전 되돌아가
먼 바다
끼고 오른 하늘을
갈매기로 물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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