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날 2억원 갖고 잠적한 아이 아빠 잡아준 검찰, 고마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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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hoto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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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중인 여성에게 사업을 핑계로 2억원 넘는 돈을 받아낸 후 두 사람의 아이가 태어나자 잠적한 사기 피의자가 검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붙잡혔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팀은 지난달 30일 사기 피의자이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이 확정된 신모(32)씨를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검거팀은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확정받았으나 잠적한 이들을 붙잡아 교도소로 보내는 일을 한다.

검찰에 따르면 정모(31)씨는 금융컨설팅 사업을 한다는 신씨와 짧은 연애 끝에 아이를 갖게 됐다. 서둘러 결혼식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던 그때, 신씨는 사업을 이유로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정씨는 돌려주겠다는 다짐을 믿고 대출을 받고 부모님에게까지 돈을 빌려 신씨에게 건넸다. 그렇게 준 돈이 2억2200만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신씨는 아기가 태어난 그 날 잠적했다.

정씨는 2018년 2월 그를 광주의 한 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 담당자로부터 “수배 중”이라는 이야기만 들은 채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와중 신씨는 2017년 5월 일종의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서 다른 사람의 체크카드를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3월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신씨의 각종 통신가입 조회 등을 실시했지만 잠적한 지 1년이 넘어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었다.

결국 검찰은 신씨가 여성을 상대로 사기 범행 후 자녀까지 출산했으나 잠적했다는 첩보를 듣고 정씨에게 연락했다. 정씨는 “확실히 신씨를 잡아주겠다”는 검찰을 믿고 자신이 알고 있는 그에 대한 정보를 모두 넘겼다. 신씨가 사는 곳이나 직업을 모두 속여 추적이 쉽지는 않았으나 정씨의 진술로 신씨가 자주 가는 식당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잠복을 하던 검찰은 결국 잠적 1년여 만에 신씨를 잡을 수 있었다.

고급아파트에 산다던 신씨는 해당 아파트 근처 모텔촌에 거주하고 있었고, 뚜렷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평소 수시로 통화하면서 위로를 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준 검거팀에 감사하다며 지난 17일 편지를 보냈다. 정씨는 편지에서 “솔직히 포기하고 있었고, 수사관님 연락을 받고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밤을 새워서라도 꼭 잡겠다’는 수사관님 말에 믿음이 갔다”고 적었다. 그는 “그래서 제가 드릴 수 있는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를 드렸고, 드디어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아직 제 사건은 진행되고 있지만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사람 잡는다고 고생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나쁜 사람들이 죗값 받을 수 있도록 힘내 달라”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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