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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0만 명 죽이는 불법거래 소형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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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근 2주간 유엔에서 '유엔 소형무기 대책회의'가 열렸다. 소형무기는 전 세계 범죄집단이 가장 선호하는 AK-47 자동소총을 비롯한 개인 또는 2~3명이 함께 사용하는 무기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각종 권총도 포함된다. 이번 유엔 회의는 이들 소형무기의 불법 국제거래 차단 방안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

참가국 대부분은 "불법 소형무기가 인류의 생명과 지구의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대책회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국제 무기시장에서는 40억 달러어치의 소형무기가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분의 1인 10억 달러어치는 불법 거래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한 사망자도 연평균 20만 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사망자의 대부분이 연약한 여성과 어린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들 불법 소형무기는 주로 분쟁지역에서 쓰고 남은 것이나, 부패 공무원들이 군 무기고에서 몰래 꺼내 국제 무기거래상에게 팔아넘긴 것들이 주류다. 콜롬비아의 경우 공식 등록된 소형무기가 70만 정인 데 비해 불법 소형무기는 240만 정에 이르고 있다. 소형무기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AK-47 자동소총은 국제 무기 암거래 시장에서 최저 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불법 소형무기의 국제 거래를 막기 위한 구속력 있는 협정을 체결하고자 했다. 사전에 찬성 의사를 밝힌 나라만 115개국이나 됐다.

하지만 협정은 무산됐다. 한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막판에 몇몇 국가들이 완강하게 버티며 협정 체결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가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미국.러시아.독일.중국.브라질 등 주요 무기 수출국들이 협정 체결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들 중 몇 개 국가가 반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 단체들도 AK-47 자동소총 제조자인 미하일 칼라시니코프(86)를 중심으로 연일 회의장 밖에서 시위를 벌이며 협정 체결을 압박했지만 끝내 무위로 돌아갔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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