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해외칼럼

미국 민주당의 대북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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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북정책과 관련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가해지는 가장 강도 높은 비판의 하나가 같은 행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딕 체니 부통령이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존 볼턴 주 유엔 대사 같은 강경파가 국무부 온건파의 대북 협상노선을 폄하하고 그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비난이 제기되면 부시 행정부는 항상 두 가지 '모범답안'을 내놓는다. 먼저 대북정책의 최종결정권은 행정부 관료가 아닌 부시 대통령에게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모든 관련국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분열상을 보인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그렇다면 미국 민주당의 대북정책은 과연 어떤가. 민주당은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2008년 대선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따라서 민주당의 대북정책을 미리 살펴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문제는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 못지않게 민주당도 대북 접근법을 둘러싸고 의견이 크게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가장 충격적인 발언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애시턴 카터 전 국방차관이 6월 22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이 대포동 2호를 쏘기 전에 미사일기지를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제안이 나오자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을 비롯한 여러 민주당 인사들이 옹호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선제공격 가능성을 부인하며 외교적 해결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얼마 전과 비교하면 양측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양상이다.

카터 전 대통령이나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 지금까지 대다수 민주당 인사들이 내세워온 대북 정책기조는 "미국은 압력 일변도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양자대화를 통해 북한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페리 전 장관의 선제공격론은 이와 전혀 맥이 닿지 않는 주장인 셈이다. 실제로 적잖은 민주당 의원들은 북한 문제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들은 부시 행정부를 향해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화적인 자세가 혹시나 중간선거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베트남전 이후로 '안보 이슈'에서 항상 공화당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4년 존 케리 대통령 후보도 그랬다. 케리 자신이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데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 있었기에 그때만큼은 민주당이 우위에 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정치고문 칼 로브는 "상황이야 어떻든 결국에는 '늘 그랬듯이' 공화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로브의 예언이 적중했고, 케리 후보는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민주당의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래 가치관에 충실하려는 사람들은 이라크 철군과 대북 협상을 주장하지만, 선거를 앞둔 의원들로서는 현실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2008년 대선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조차 이라크 철군에 신중한 입장이다. 대다수의 미국 유권자들이 "지금은 철군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에 속한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시각도 둘로 나뉘어 있다. 이들은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고위관료를 맡을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 강경파는 국방부에, 온건파는 국무부에 포진할 것이다. 그 때문에 설령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당 차원에서 통일된 대북 접근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대북정책은 부시 행정부 못지않게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크다.

마이클 그린 전 미국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정리=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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