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관련 각종 유언비어 난무|대공 차원서 수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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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악성 유언비어 이런 게 있다>
『인신매매범들이 어린이를 납치, 개소주를 만들어 소록도 나환자촌에 보내고 노인들은 기름을 짜서 AIDS 치료를 한다.』
최근 대구지역에서 퍼지고 있는 이같이 황당무계한 유언비어가 충북 청주지역에서는 『상점에 물건을 사러갔던 어린이가 납치돼 개소주를 만드는 솥에 들어가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고 바뀌어 유포되고 있다.
치안본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20여종 유언비어를 적시, 대공차원에서 진원지를 밝혀내겠다고 했다.
이들 유언비어는 대부분 인신매매와 관련된 것으로 전국 각 지역마다 구체적인 사실만 조금씩 첨가돼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고 있다.
경찰이 밝힌 인신매매와 관련한 유언비어는 ▲『동네약수터에 물 길러 갔던 주부들이 봉고차에 납치돼 부녀자들이 무서워 약수터에 다니지 못한다』(서울 수유리) ▲『부녀자들을 승용차로 납치, 윤간한 다음 원양어선에 식모로 넘기거나 기름에 튀겨 한약을 조제, 수출한다』(대구·인천)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서는 동네 이장이 취업알선했던 부녀자가 인신매매단에 끌려가는 바람에 이장이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살했다』(충북 옥천·괴산) ▲『인신매매단은 부녀자를 납치, 젊은 사람은 유흥가에 팔고 나이 많은 사람은 개소주 집에 팔고 어린이는 기름을 짜 소록도에 팔거나 일본에 수출해 6억원을 번 사실이 있다』(충남) ▲『AIDS 환자는 어린이로 개소주를 만들어 먹으면 낫고 문둥병 환자는 어린이 기름을 짜 먹으면 치료가 된다』(전북) ▲『인신매매범들은 젊은 여자만 잡아가는 것이 아니라 노인도 잡아다가 기름을 짜거나 서울에 팔아 넘겨 마늘 까는 일을 시킨다』(전남) 등이다.
그밖에도 『강남의 고급아파트촌에서는 파출부들이 「세상이 뒤바뀌면 이 집은 내 몫」이라며 이미 나눠가졌다』는 등 어수선한 현 시국을 틈탄 악성 루머도 나돌고 있다.
또 전북 군산에서는 『시내 모유명 약국의 며느리가 인신매매단에 납치됐다가 1억원의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났다』는 등의 특정인을 구체적으로 지칭한 유언비어가 나돌기도 했다.
경찰관계자는 이같은 악성 유언비어 확산에 대해 『이런 악성루머는 사람들에게 신체적인 구속보다 더 강한 행동제약효과를 나타낸다』며 『우선 인신매매에 대한 강력한 단속으로 민생치안이 확립되어야하며 유언비어 처벌법규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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