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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비준 연기 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러시아가 온실가스를 규제키로 한 교토의정서의 비준 연기를 시사하자 유엔.환경단체 등이 약속 위반이라며 공격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오전 모스크바에서 개막된 세계기후변화회의 개막식에서 "국제 사회는 러시아의 교토의정서 비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의정서 비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교토의정서가 각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며 "협정의 충실한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감시체제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이 같은 입장은 교토의정서 비준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 등과 연계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그동안 차관 제공 약속 등의 당근으로 러시아의 비준을 유도해왔던 서유럽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뵈르게 브렌데 노르웨이 환경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1년 전만 해도 곧 비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미국과 호주가 빠져나간 상황에서 러시아까지 불참한다면 교토의정서는 무의미해지며 이제 곧 기후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환경운동 단체인 그린피스도 "푸틴이 이런저런 핑계로 비준을 지연시킴으로써 의정서 전체를 망쳐놓을 수 있다"고 비난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즉각 의정서를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는 선진 38개국 가운데 의정서를 비준한 국가들의 배출량이 선진국 전체 배출량의 55% 이상이 될 때 발효된다.

선진국 중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36.1%)이 의정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유럽연합 다음으로 배출량이 많은 러시아(17.4%)의 비준이 의정서 발효에 필수적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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