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종합상사|해외 투자로 수출 장벽 넘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해 8월말께 국내 7대 종합상사중 하나인 쌍룡은 「대기업이 새우젓도 수입한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사정인즉 쌍룡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새우젓을 수출했는데 현지 수입상이 도산하는 바람에 다시 국내로 들여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재 반입된 새우젓이 수입통관에 잡혔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물론 이 한 사례만 갖고 국내종합상사들의 현 상황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국내종합상사들이 모델로 삼고 있는 일본 종합상사들의 변신을 이 사례와 비교해 보면 극명하게 대조되는 점이 있다.

<일, 인공위성 활용>
지난 6월 5일 일본 미쓰비시 상사는 산하 출자기업인 우주통신이 통신위성을 발사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정보통신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7일에는 이토추와 미쓰이도 공동 출자방식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일본의 대종합상사들은 이제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의 「상사의 겨울시대」를 넘기고 통신위성 사업을 통해 「제2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한국의 종합상사들이 아직 백 세일링(Bag Sailing)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일본의 그것들은 통신위성을 통해 첨단정보의 수집 및 상품화단계로 뛰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종합상사들이 바로 코앞에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이 백 세일링마저도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현대종합상사·(주)대우·럭키금성상사·(주)쌍룡·효성물산·(주)선경 등 국내 7대 종합상사의 올 상반기 중 총 수출액은 1백8만2천5백만달러.
지난해 상반기보다 8.6%늘어 증가율이 한 자리에 머무르고 있을 뿐 아니라 올 상반기의 수출목표액 1백23억7천6백만달러에 비해 87.4%밖에 안 되는 실적인 것이다.
상사별로 볼 때도 올 상반기 중 수출신장률이 한 자리수를 넘는 것은 삼성물산뿐이고(주)선경의 경우는 오히려 6.4%나 줄었으며 나머지 종합상사들은 모두 한 자리의 증가율에 머무르고 있다. <표 참조>
우리나라 총수출 중 종합상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5년 48%를 피크로 최근에는 37∼38%수준까지 감소했지만 아직도 상당한 비중이다.
따라서 이들 종합상사들의 수출부진은 전체 수출부진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 상사 자체로서는 총매출액 중 수출이 75%이상을 차지하는 수출편중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사의 수출부진→매출이익 감소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주)대우는 최근 비상 경영대책회의를 열어 당초의 목표달성을 위한 방안마련에 들어갔으며 효성물산도 지난달 8일 대리급 이상 전 임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긴급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해 수출부진타개방안을 강구하는 등 종합상사들은 각기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종합상사들이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중점 추진하는 것은 우선 해외투자.
특히 지난해부터는 국내 중견 메이커와 합작으로 메이커는 생산을 맡고 종합상사는 정보분석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형식으로 현지에 많이 나간다고 한다.
삼성물산이 대정섬유·나전모방 등 중견 섬유메이커들과 합작으로 코스타리카 및 니카라과에 진출한 것이나 대우가 세대합성과 함께 중국복주에 ABS시트(냉장고부품) 공장을 세우는 합작사업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종합상사들은 해외 바이어들에게 상품소개 및 거래 알선, 정보수집·제공 등의 기능을 맡아온 해외지사를 더욱 공격적으로 개편해 독립 법인화할 것을 적극 추진중이다.
럭키금성상사가 지난 86년 미·일·유럽·동남아·중동 등 5개 지역에 대해 지역 본부제도를 도입해 지역별 독립채산제를 실시한데 이어 선경이 87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고 삼성물산이 올해부터 이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며 효성물산도 역시 이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지사 법인화>
이 같은 수출확대전략과 함께 종합상사가 비중 있게 추진중인 것은 수입 및 내수부문의 확대.
종합상사협의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합상사들의 수출비중은 75%, 수입 20.5%, 내수 3.9%, 3국간 거래 비중은 0.6% 순으로 수출에 비해 내수 및 수입의 비중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의 경우 국내 소비자의 구매력향상, 수입자유화 등의 요인으로 수요가 크게 는 것에 대비, 종합상사들은 총매출액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점차 높여갈 전망이다.
수출위주 조직을 수출입 연계방식으로 전환키 위해 사업부제를 도입하는 등 수입확대에 진력, 대부분의 종합상사가 올 상반기중 20%이상의 수입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상사별로는 효성물산의 증가율이 89.4%(1억7천8백만달러)로 가장 높고 금액으로 가장 많이 수입한 상사는 삼성물산(15억1천1백만달러, 23.4% 증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량 14% 점유>
특히 우리나라 총수입중 이들 종합상사가 점유하는 비중이 14%에 이른다.
이에 따라 종합상사들은 이러한 소비재수입 급증이 부정적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PR도 크게 늘릴 예정이다.
내수부문 확대 역시 종합상사들의 중점 추진사업이다.
그러나 국내 유통조직망을 갖고 있는 것은 삼성물산의 SS패션과 럭키금성상사의 반도패션 뿐으로 국내 유통이 크게 부진한 상태다.
따라서 종합상사들은 기존의 유통조직망 정비 및 확대에 나서는 한편 ▲국내 유통업자들과의 제휴 ▲유통가공센터의 추진 등을 통해 내수확대를 적극 노리고 있다.
지난 70년대 초 수출드라이브정책의 첨병역할로 발족한 종합상사들.
원고·임금인상 등으로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제조업체들의 탈상사화가 늘어나는 등 대내외적 여건변화를 맞아 한편으로는 위기에 처한 면도 있다.
하지만 이를 전반적인 산업구조 조정과 발맞추어 변화를 추진할 때 종합상사들은 일본종합상사들과 같이 「제2의 도약」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박영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