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반지가 없네" 친구 때려죽인 원룸에 10대들 다시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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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부경찰서는 11일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A군(19) 등 10대 4명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새벽 반지를 찾기 위해 사망한 친구가 있는 원룸에 다시 들어가는 모습. [뉴시스]

광주 북부경찰서는 11일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A군(19) 등 10대 4명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새벽 반지를 찾기 위해 사망한 친구가 있는 원룸에 다시 들어가는 모습. [뉴시스]

“나를 진짜 놀려?” 2시간 무차별 폭행

원룸에 함께 살던 친구에게 이른바 ‘놀림게임’을 강요한 뒤 집단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망 당시 2시간이 넘도록 주먹을 휘두른 이들은 숨진 친구의 시신을 이틀간 원룸에 방치했다.

광주경찰, ‘상해치사’ 10대 4명 조사중 #‘놀림 게임’ 빌미…마구 때려 숨지게해 #9일 사망…이틀간 시신 방치 후 자수

광주 북부경찰서는 11일 “함께 살던 원룸에서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A군(19) 등 10대 4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군 등은 지난 9일 오전 3시께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원룸에서 친구 B군(18)을 수십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일 오후 10시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뒤 이튿날 오전 1시부터 이른바 ‘놀림게임’을 했다. B군에게 친구 4명 중 한 명을 놀리라고 강요한 뒤 놀림을 받은 친구가 B군을 폭행하는 식이었다. 이날 A군 등은 자신을 놀린다는 이유로 번갈아가며 B군을 수십차례씩 때렸다. 당시 주먹과 발길질로 B군의 얼굴·가슴·배를 폭행한 이들은 원룸에 있던 목발·우산까지 휘둘렀다.

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찌그러진 목발·우산…무차별 폭행 

피해자 B군은 친구 4명에게 오전 3시까지 무차별 폭행을 당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 A군 등은 B군에게 차에서 담배를 가져오라고 시킨 뒤 “담배를 못 찾았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도주하기 20분 전 B군이 의식을 잃었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2시간 이상 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A군 등은 경찰에서 “B군이 쓰러져 숨을 쉬지 않자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A군 등은 B군이 숨진 것을 확인한 뒤 원룸을 빠져나왔다. 이후 평소 타고 다니던 렌터카를 이용해 도주했다가 10일 오후 10시 35분께 전북 순창경찰서에 자수했다. 자수 당시 이들은 “광주 원룸에 친구의 시신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B군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온 것에 대해서는 “혹시나 B군이 깨어나 신고할까 봐 들고 나왔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11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원룸에서 지난 9일 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4명이 자수했다. 사진은 원룸 내부에서 발견된 폭행 도구인 목발(붉은 원)이 휘어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11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원룸에서 지난 9일 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4명이 자수했다. 사진은 원룸 내부에서 발견된 폭행 도구인 목발(붉은 원)이 휘어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범행 30분 뒤 반지 찾아 다시 도주

조사 결과 이들은 최초 도주 30분 뒤 B군의 시신이 있는 원룸을 다시 찾기도 했다. A군은 “원룸에서 나온 뒤 반지를 두고 온 것이 생각나 다시 가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경찰이 확보한 원룸 폐쇄회로TV(CCTV)에는 오전 4시 15분께 이들이 함께 원룸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모습이 찍혀있다. 이후 A군 등은 시신을 원룸에 방치한 채 이틀 동안 렌터카를 타고 고향인 전북 순창 등지를 돌아다녔다.

A군 등은 지난해 광주의 한 직업학교에서 만난 B군과 지난 3월부터 함께 생활해왔다. 이들은 원룸에서 함께 살게 된 B군에게 수시로 심부름을 시키는가 하면 상습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경찰은 숨진 B군의 온몸에서 멍 자국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3개월간 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B군이 숨진 원룸에서는 철제목발과 우산 등이 마구 찌그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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