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회의만 이틀간 세번···中, 대미 히든카드 꺼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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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오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되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희토류의 무기화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최근 이례적으로 희토류 규제 기관과 업계 관계자들을 세 차례나 불러 희토류 수출 규제 관련 회의를 가졌다.

이틀 동안 세 차례 회의 잇따라 개최 #희토류 수출 16% 줄여..보복 시작했나 #트럼프와 만날 시진핑 입지 강화 노려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NDRC가 지난 4일과 5일 이틀 동안 희토류 관련 업계와 규제 기관, 전문가 등을 각각 불러 세 차례나 희토류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미국이 수입하는 물량의 80%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희토류 광산. [중국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은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미국이 수입하는 물량의 80%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희토류 광산. [중국 글로벌타임스 캡처]

글로벌타임스는 이 자리에선 희토류 불법 채굴 문제와 수출 통제 강화 등이 논의됐는데 실제로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를 어떻게 보복 카드로 활용할 것인지가 협의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고 전했다.

NDRC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략적 자원으로서의 희토류의 특별한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발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이 같은 조치는 모두 중국의 희토류 생산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희토류 생산을 줄이고 수출도 감축해 결과적으로 희토류의 미국행을 어렵게 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희토류 전문가 우천후이도 “중국이 수출한 희토류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 뒤 이를 갖고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나라를 겨냥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NDRC는 지난달 28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자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달 20일 중국의 희토류 최대 매장지인 장시성간저우를 방문해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며 대미 압박용 발언을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의 희토류가 미국의 첨단산업과 군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산 희토류에 대해선 관세 부과를 해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시장에서 미국이 수입하는 물량의 80%를 담당한다.

미국도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수입 대체지를 찾는 한편 미국 국내에서의 희토류 생산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나 이 같은 해결 방법이 실제 이뤄지기 전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중국은 예상한다. 중국이 희토류를 실제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협상에 나설 시진핑 주석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 세관총서가 10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5월 희토류 수출은 3640t으로 4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또 1월부터 5월까지의 희토류 수출은 1만9265.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포인트 줄었다. 중국 인민일보 등은 이 사실을 부각시켜 보도하고 있어 중국이 이미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 보복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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