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측근 증인 '계획된' 불출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회 정무위의 증인 무더기 불출석 파문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한나라당은 30일 노무현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 의혹 규명을 위해 채택된 증인들의 불출석 공모설을 제기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이재창(李在昌)의원은 당직자 회의에서 "어디선가 (증인들의 불출석을)지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李위원장은 그 근거로 지난달 29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 등 네 명의 증인이 국회 정무위 행정실에 팩스로 보내온 불출석 사유서를 들었다.

노건평.선봉술(盧대통령의 지인).민상철(노건평씨 처남).최도술(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씨 등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혹의 주요 증인 네 명이 보내온 이 사유서는 '출석 요구서가 7일 전에 도착하지 않아 출석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과 서체 등이 똑같다.

특히 네 장 모두 팩스용지 상단에 'RADISSON SEOUL PLAZA'(서울 소공동 프라지 호텔)라는 동일한 송신처가 찍혀 있었다. 팩스를 보낸 시간도 오전 9시28분부터 29분까지였다. 사유서에는 팩스를 전송할 때 표시되는 일련번호가 1부터 4까지 찍혀 있었다.

이를 본 최병렬 대표는 "청와대가 컨트롤(지휘)하고 있다고 봐야겠군"이라고 말했다. 박진(朴振)대변인은 논평에서 "조직적인 국감 방해 의도를 입증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며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청와대가 바로 국감 방해 책동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홍사덕 총무는 "재출석을 요구한 오는 10일에는 반드시 이들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만일 그 때도 안 나올 경우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崔대표는 "10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국감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까지 찾아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정무위에서 굿모닝게이트 관련 증인 12명 중 박순석 신안그룹회장과 굿모닝시티 관계자 2명 등 모두 3명이 불출석하자 '몸이 아프다'는 이유를 댄 굿모닝시티 윤석헌 대표이사와 윤봉근씨에 대해 강제동행명령을 의결, 오후 국감에 출석시켰다.

불출석 배후설에 대해 최도술 전 비서관은 "어불성설"이라며 "선봉술씨 등과 평소 알고 지내던 정재승 변호사에게 함께 의뢰한 만큼 사유서 내용과 양식이 똑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변호사는 "정무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서 변호사 선임계까지 제출했는데 배후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2일 재경위 국감의 경우 노건평씨에게 출석요구서가 적법하게 전달된 만큼 원칙적으로 출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승희 기자

<사진 설명 전문>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노건평씨 등이 지난달 29일 국회에 보낸 불출석 사유서들. 사유서는 팩스로 송신됐다. 사유서의 내용과 서체가 모두 같고, 상단에 자동적으로 적힌 송신 시간대와 장소(서울 플라자 호텔)도 같다. 한나라당 측은 증인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국회 출석을 거부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