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발 묶여 인양 지연…“1명이라도 더” 수색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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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대테러청이 공개한 유람선 침몰사고 잠수 수색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헝가리 대테러청이 공개한 유람선 침몰사고 잠수 수색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오전 9시 허블레아니호가 가라앉아 있는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에서 5km 떨어진 곳엔 크레인 ‘클라크 아담’이 정박해 있었다. 시동이 켜져 있고 엔진 소리가 약하게 들렸지만 출항이 임박한 정황은 찾기 어려웠다.

강 수위 높아 다리 2개 통과 못해 #실종자 10명 … 시신 2구 추가 발견 #현지서 화장 땐 이르면 주말 귀국

클라크 아담은 200t 규모의 수상 크레인으로 헝가리 내에서 허블레아니호를 인양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다. 허블레아니호는 머르기트 다리 하류 10m 지점에 침몰해있다. 클라크 아담이 허블레아니호 침몰 지점까지 가려면 아르파드 다리와 머르기트 다리를 지나야 한다.

그러나 6일 현재 다뉴브 강의 수위는 4.5m, 사고 지역의 수위는 7.5m로 클라크 아담이 다리 아래를 통과할 수 없는 높이다. 헝가리 당국은 수위 4m를 다리 통과 가능 기준으로 보고 있다. 클라크 아담 선장 게네이 줄라(62)는 5일 “수면 높이가 30cm만 더 낮아지면 다리를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6일로 예정됐던 인양 작업은 주말로 늦춰졌다. 정부 합동신속대응팀 현장지휘관 송순근 육군 대령은 6일 브리핑을 하고 “크레인 이동이 가능한 시점을 9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인양 준비 과정에서 선체 손상이 발견돼 유실방지 작업을 주말까지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박의 문과 창문에 그물을 설치하고 선체와 갑판에 와이어 18개를 걸 계획이다. 다만 크레인이 도착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바지선으로 양쪽에서 인양하는 대안도 검토 중이다.

수색 준비작업 중인 헝가리 구조대. 정부 합동신속대응팀은 침몰 유람선을 인양할 크레인이 다뉴브강 수위가 내려가는 오는 9일쯤 현장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시스]

수색 준비작업 중인 헝가리 구조대. 정부 합동신속대응팀은 침몰 유람선을 인양할 크레인이 다뉴브강 수위가 내려가는 오는 9일쯤 현장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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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 일정이 늦어지면서 신속대응팀은 수색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선체 인양이 미뤄지면 한 번이라도 더 잠수해 수색하겠다는 의사를 헝가리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헝가리 측과 상의한 결과 추가 수중 수색은 불발됐지만 헬기·수상 수색을 계속하면서 수색견도 투입한다.

사고 발생 9일째인 6일까지 탑승 한국인 33명 중 생존자는 7명, 사망자는 16명이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는 10명이다. 다만 이날 오후 2시 30분 사고 현장에서 각각 5.8km, 40km 떨어진 지점에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2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들이 유람선 탑승자로 확인되면 실종자는 8명으로 줄어든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는 유람선 침몰 사고의 피해자 가족 47명이 체류 중이다. 정부 합동신속대응팀에 따르면 가족들은 지난 5일(현지시간) 수습된 시신이 안치돼 있는 병원을 방문해 직접 확인했다. 시신 확인이 끝난 가족들과는 정부가 장례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

이상진 합동신속대응팀 팀장은 “헝가리 당국이 사망확인서를 발급해주면 한국으로 운구를 원하는 가족과 현지에서 화장할 가족의 요청을 조사해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화장하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가족의 경우 행정 절차를 마치고 항공편이 확보되는 대로 이르면 오는 주말 한국으로 운구할 예정이다.

황망한 사고 소식을 듣고 현지로 달려온 가족들을 돕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이상진 팀장은 “희망 가족 18명에 대해 심리 정서 상담을 진행했다”며 “헝가리에 사는 치과 의사 등 현지 교민 의료진들이 자원봉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다페스트=김성탁 특파원·김정연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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