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까지 30m 걷는 내내 긴 머리로 얼굴 감춘 고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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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여러 곳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여)이 6일 오후 6시 35분쯤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조사를 마친 뒤 30m 떨어진 유치장까지 걸어 가고 있다. 전날(5일) 제주지방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가 신상 공개를 결정했지만, 고개를 푹 숙이는 바람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최충일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여러 곳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여)이 6일 오후 6시 35분쯤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조사를 마친 뒤 30m 떨어진 유치장까지 걸어 가고 있다. 전날(5일) 제주지방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가 신상 공개를 결정했지만, 고개를 푹 숙이는 바람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최충일 기자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여러 곳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고유정(36‧여)이 경찰 조사 후 모습을 드러냈지만,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다.

조사 뒤 모습 드러냈으나 고개 푹 숙여 #'계획적으로 범행했나' 물음에 묵묵부답

고씨는 6일 오후 6시 35분쯤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조사를 마친 뒤 30m 떨어진 유치장까지 걸어갔다. 전날(5일) 제주지방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가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해 고씨는 마스크나 모자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고개를 푹 숙이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얼굴을 뒤덮었다.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나타난 고씨는 취재진을 의식한 듯 자신의 얼굴을 감추려 애썼다.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앞서 전날 제주지방경찰청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고씨에 대한 신상 공개를 결정했지만,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다. 당초 고씨가 오후 조사를 받고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공개될 수 있었지만, 제주 동부경찰서는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고씨가 심경 변화를 일으키면 수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얼굴 공개를 6일 오후로 미뤘다. 제주경찰청이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결정한 것은 2016년 9월 17일 제주시 연동 한 성당에서 기도 중이던 6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중국인 천궈레이(54)에 이어 두 번째다.

당초 경찰은 "신상 공개로 피의자 인권과 가족·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때문에 비공개를 고려했으나, 고씨의 범죄 수법이 잔인하고, 그 결과가 중대해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시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A씨(36)를 살해한 뒤 펜션에서 시신을 훼손하고 제주~완도 바다와 전남 등 여러 장소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씨는 범행 전 미리 흉기와 도구 등을 구입했다. 또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살해 도구 관련 검색어', '니코틴 치사량' 등을 검색했다.

고씨는 범행 당일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차에 싣고 27일 낮 12시쯤 펜션을 빠져나왔다. 이후 범행을 숨기려는 시도가 있었다. 27일 오후 제주시 모 호텔 근처에서 이미 숨진 남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전화에 문자를 보냈다. 경찰은 이 행동이 전 남편이 그때까지 살아 있었다는 '가짜 증거'를 만들 목적으로 보고 있다.

고씨가 제주를 떠난 건 지난달 28일이다.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제주시 한 대형마트에서 종량제 봉투 30장과 캐리어 가방을 샀다. 2시간 뒤 제주항에서 전 남편 시신을 차에 싣고 완도행 여객선에 올랐다. 배에 오른 뒤 1시간 후 고씨는 훼손된 전 남편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바다에 버렸다. 이 모습은 배 내부 폐쇄회로TV(CCTV) 영상에 담겼다.

살해 동기와 공범 여부 등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2년 전 이혼한 두 사람은 최근 6살 난 아들 면접 교섭을 위해 접촉했다. 유족 등에 따르면 고씨에게 살해당한 A씨는 2년간 보지 못한 아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다. A씨는 그동안 고씨 반대로 못 보던 아들을 최근 면접 교섭 재판을 신청해 만날 기회를 얻었다. 유족은 "(A씨가 펜션으로 가는 길에 차량) 블랙박스를 봤는데 운전하면서 '우리 아들 보러 간다'며 노래를 부르더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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