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당대회 D-1 … 이재오·강재섭 대립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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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한나라당 당권 주자들의 막판 경쟁이 거칠어지고 있다. 당 대표를 노리는 이재오.강재섭 후보의 대결은 급기야 대선 후보들의 신경전으로 옮겨 붙었다. 9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는 두 진영이 격한 언사를 주고받았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쪽에서도 대리전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 박근혜 "공정성 우려", 이명박 "개입 전혀 안 해"=박 전 대표 쪽에서 전당대회와 관련해 처음으로 민감한 반응이 나왔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최근 이 전 시장 쪽의 이 후보 지원 움직임을 보고받은 박 전 대표가 심각한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 쪽이) 향후 공천까지 거론한다는 보고에 '나도 공천에 개입을 안 했는데 당이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국가보안법.사학법.행정도시법 등에 대한 염려도 밝혔다"고 말했다. 이 후보에 대한 반대 의사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전 시장 쪽은 "경선 개입 주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발끈했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과 조해진 전 서울시 정무보좌관은 이날 당사를 찾아왔다. 대리전 주장을 적극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정 의원은 "이 전 시장은 '당내 경선이 이런 식으로 가면 전당대회 이후에도 후유증이 심할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단 하나라도 있느냐"며 "이 전 시장은 완전한 중립"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이 전 시장은 기가 막혀 혀만 차고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대리전이 맞다"며 치고나왔다. 강 후보는 "나는 이재오 후보가 아니라 이명박 후보와 경쟁하는 것 같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 전 시장의) 대권을 위한 사조직이 전국적으로 응원하고 심지어 나와 가까운 위원장(당원협의회장)들에게까지 전화가 왔다"며 "저쪽에서 대리전을 걸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대리전 주장은) 한나라당을 깨부수려 하는 거대한 음모"며 "이 전 시장과 싸우려면 (강 후보는) 원래 생각대로 대선에 나서라"고 역공했다. 그는 "이 전 시장 때 선대본부장을 지냈지만 도움 하나 받은 일이 없었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실무적 지원이라도 해 주겠다는 것을 '얼씬도 말라'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양쪽은 이념과 정체성을 두고서도 치고받았다. 이 후보는 "내가 민주화 운동으로 고초를 겪을 때 청와대.안기부에 있던 사람이 누구냐"며 "감옥에서 풀려나 집에 가니 세 살이던 내 딸아이가 나보고 '아저씨, 아저씨' 하더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 후보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이라크 파병, 과거사법 등에 있어 이 후보가 당론과 다른 언행을 해 왔다"며 "정당한 검증을 색깔론으로 몰지 말라"고 받아쳤다.

◆ "한나라당 변해야"=소장.중도파 '미래모임'의 대표주자로 나선 권영세 후보는 "전당대회가 대권 후보 대리전과 당권 후보들의 줄세우기로 타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직과 공천, 술과 밥으로 대표자리를 흥정하는 불건전한 '조건 만남'이 횡행한다"며 "당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몫 최고위원 당선이 확정된 전여옥 후보는 "대선을 위해 싸우려면 힘이 실려야 한다"며 대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정형근(부산).이방호(경남).강창희(충청).이규택(경기) 후보들도 지역 지지를 기반으로 최고위원(당 대표 포함 5명) 진입을 위해 뛰고 있다.

강주안.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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