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살해' 손녀의 미심쩍은 진술…방 거울에 써놓은 글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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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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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19살 대학생 손녀가 "혼자 죽기 억울해서 그랬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4일 경기 군포경찰서는 A씨(19)가 지난 3일 저녁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이같이 진술했다고 밝혔다.

A씨(19)는 조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고 했는데 혼자 죽기 억울해서 할머니랑 같이 가려고 했다"면서 "범행 이후 욕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는데 실패해 할머니를 그냥 놔둔 채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방 거울에 경찰 진술과 비슷한 내용의 글을 립스틱으로 써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은 A씨의 진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좀 더 정확한 범행동기를 캐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A씨가 범행 당일 흉기를 구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계획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 범행 수법이 잔혹한 점, 범행 동기에 대한 진술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볼 때 정신질환에 따른 범행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정신병력에 대해서도 조사를 병행할 방침이라며 "A씨 가족들은 정신병력이나 관련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가족들이 모르는 부분도 있을 수 있어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해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외할머니 B씨(78)에 대한 부검을 진행할 방침이다.

A씨는 지난 2일과 3일 새벽 사이 경기도 군포시 자택에서 외할머니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A씨 집에서 하룻밤 머무르려고 왔다가 변을 당했다.

A씨 부모는 집을 비운 상태였으며 3일 오전 10시 20분쯤 집으로 돌아왔다가 A씨 방 침대에 누운 채로 숨진 B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4시 30분쯤 집을 나와 배회하다가 신고 접수 4시간여 만인 오후 2시 40분쯤 군포의 길거리에서 검거됐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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