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단체 배낭여행 가는 회사, 맛 기행 떠나는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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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보톡스로 유명한 미국계 제약회사 한국엘러간의 임직원 13명은 8월 5~15일 한꺼번에 여름 휴가를 간다. 열흘 동안 회사가 문을 닫는 셈이다. 휴가를 같은 기간에 가는 것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란다. 이 회사 이희주 마케팅 차장은 "일부 직원만 쉬고 일부가 근무를 하면 업무도 원활치 않고 쉬는 직원도 업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직원 수가 많지 않아 휴가를 같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여름에 이색적인 휴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 배낭 여행을 보내고, 회사 캠페인과 연계해 휴가 장소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두산 그룹은 1995년부터 매년 해외 배낭여행을 보낸다. 여행 계획서를 낸 직원 중에서 선발해 2주 안팎의 휴가 기간을 주고 교통비를 지원한다. 대부분 유럽.미국 등지를 다니기 때문에 교통비는 200만원 정도가 든다. 지금까지 2600여 명이 배낭여행 혜택을 받았다. 올해 배낭여행을 떠나는 직원은 550여 명. 지난해 그룹에 편입된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는 223명이 간다. 계열사 중 가장 많다. 아이스크림 업체인 배스킨라빈스는 매년 우수 사원을 뽑아 세계 맛 기행을 보낸다. 비용 전액을 지원한다. 올해는 싱가포르에 가서 유명 맛집을 탐방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홍콩을 다녀왔다. 회사 캠페인을 직원 휴가와 연계시키기도 한다. 강원도 '동강 사랑 캠페인'을 하는 주류 업체 디아지오 코리아는 원하는 직원들에게 동강 근처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다. 동강 인근에 펜션을 운영한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정기 휴가 외에 3일의 '리프레시(refresh)휴가'제도를 운영한다. 현대오일뱅크는 모든 직원에게 2주일 연속 휴가를 쓰도록 권장한다. 한편 한국 P&G는 여름 휴가철마다 자원봉사 등 이벤트를 벌인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도 화성군 제부도에서 '장애어린이와 함께 하는 갯벌체험 캠프'를 열었다(사진). 장애아동 보호시설에서 있는 장애아동 27명과 제부도를 찾았다. 이 회사 구매부의 김정호(37)씨는 "갯벌에서 조개도 잡고 물놀이도 하다보니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도 장애아동들과 함께 물놀이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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