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학습지 '눈높이'를 바꾼 대단한 교육집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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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2006년
외국인 교사가 영어학습지 ‘솔루니 영어포럼’을 가지고 아이들과 영어놀이를 하고 있다.

▲1984년
회원가족 노래자랑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노래하고 있다.

1975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상가에 '종암교실'이란 이름의 학원이 문을 열었다. ROTC로 군을 제대한 26세의 젊은이가 원장이었던 이 학원의 학생은 단 세 명. 실력도 경험도 검증되지 않은 신설학원에 아이를 맡기려는 학부모는 흔치 않았다. 30년 뒤 '눈높이 신화', '한국 학습지 시장의 개척자'로 불리게 된 대교그룹의 첫발은 이처럼 초라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이 독특하다는 입소문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지면서 종암교실은 학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주입식 교육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당시 풍토에서 강영중(57) 회장은 자율교육을 강조했다.

76년 일본 구몬(공문)수학과 제휴해 개발한 학습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스스로 공부하도록 했다. 강의 못지않게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에도 역점을 뒀다. 대교는 이 해를 창업원년으로 여긴다. 공문수학연구회로 간판을 새로 달고 100여 명의 교사를 거느리며 순탄하게 성장해 가던 80년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겪었다. 전두환 정권이 과외를 전면금지했다. 예체능과 대입 재수학원을 제외한 학원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됐다. 학교에선 '학원 가서 공부하는 것은 불법'이란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4200명이던 대교 회원이 단박에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열흘 이상 밤잠을 못 이루던 강 회장은 '가정방문교육'이란 아이디어를 내 돌파구를 찾았다. 학생들을 모아 그룹과외식으로 진행하던 지도방식 대신 문제지를 회원에게 배달한 뒤 교사가 직접 방문해 지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1대1 방문교육 서비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85년 말 회원 수가 6만 명을 돌파했다.

86년 공문수학이 잘나가자 일본의 제휴선인 구몬이 딴죽을 걸었다. 로열티를 올리고, '공문'이라는 이름 대신 '구몬'이란 이름을 쓰라고 요구했다. 일본식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강 회장은 10년간 키워온 브랜드를 버리기로 했다. 제휴를 끊고 '대교'로 이름을 바꿨다. 다행히 91년 시작한 '눈높이 교육'이 대성공을 거뒀다. 회원 수는 93년 100만명, 99년 200만 명을 각각 돌파했다. 현재 220만 명의 회원을 확보, 학습지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학습지 분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대교는 90년대부터 환경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2001년 지주회사인 대교홀딩스를 설립해 그룹체제를 갖췄다. 대교홀딩스는 대교와 대교출판, 건설회사인 대교D&S, 어린이 대상 케이블TV 채널인 대교어린이TV와 해양심층수 개발사인 강원심층수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대교그룹은 현재 8155억원인 매출을 2010년 3조원으로 늘려 세계적인 교육.문화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눈높이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온라인 교육, 오프라인 학원 사업 등 교육채널을 다각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을 2001년 영입해 대교의 경영을 맡기는 등 전문경영인 체제도 갖췄다.

강 회장은 "지난 30년간 대교가 교육부문 선두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임직원들의 노력과 학부모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대교는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 홀에서 강 회장과 송 회장 등 임직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30주년 기념식과 비전 선포식을 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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