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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잊은 중국의 대미 반격…"끝까지 싸운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주말을 잊은 채 대미 보복의 말과 행동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일 8000여 자에 달하는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한 백서를 특별 발표하고 “필요할 때는 싸울 수밖에 없다”며 전의를 불살랐다.

궈웨이민 중국 국무원신문판공실 부주임이 2일 기자회견에서 "중미 무역협상은 평등한 입장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궈웨이민 중국 국무원신문판공실 부주임이 2일 기자회견에서 "중미 무역협상은 평등한 입장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중국 당국은 이날 ‘중·미 무역협상에 관한 중국입장’이라는 백서를 통해 각종 수치와 사례를 들어 미국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현재 무역전쟁에 임하는 중국의 태도, 그리고 향후 결심 등을 분명하게 밝혔다.
우선 눈에 띄는 건 거칠어진 중국의 언사다. 백서는 서문에서 “2017년 새로운 미국 정부가 들어서면서 빈번하게 무역마찰을 일으켰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직접 겨냥해 날을 세웠다.

중국 국무원신문판공실은 2일 8000여 자에 달하는 '중미 무역협상에 관한 중국입장' 백서를 특별 발표하고 미국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국무원신문판공실은 2일 8000여 자에 달하는 '중미 무역협상에 관한 중국입장' 백서를 특별 발표하고 미국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어 “미국은 현재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받들며 ‘관세’란 큰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지만 무역전쟁을 통해선 결코 미국이 다시 위대해질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구호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중국은 또 이제까지의 무역 협상 중 미국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랬다저랬다’ 하며 합의를 뒤집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이 갑작스레 수정안을 제출해 판을 깼다는 미국의 비난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의 태도는 “협력하면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싸우면 서로 손해를 보게 돼 협력하는 게 유일하고도 정확한 선택이지만, 협력은 원칙이 있으며 협상은 마지노선이 있는 것으로 중대한 원칙 문제에서 중국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무역전쟁과 관련해 중국은 싸우기를 원치 않지만 싸움을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필요할 때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협상하고자 한다면 대문을 활짝 열어놓겠지만 싸우고자 한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백서는 밝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싸우겠다는 것이다.

중국 해사국은 오는 2일과 4일 남중국해 수역에서 군사훈련을 할 계획으로 이 기간 이 수역에 대한 외국 선박의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해사국은 오는 2일과 4일 남중국해 수역에서 군사훈련을 할 계획으로 이 기간 이 수역에 대한 외국 선박의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은 말뿐이 아니라 행동도 취하고 있다. 2일 중국 국가우정국의 마쥔성(馬軍勝) 국장은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가 “중국의 택배업 법규를 심각하게 위반해 사용자의 합법적 권익을 엄중하게 해쳤다”며 중국 당국이 정식 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페덱스는 지난달 화웨이(華爲)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부친 택배 2건과 베트남에서 홍콩과 싱가포르로 보낸 택배 등 모두 4건을 목적지가 아닌 미국으로 보내는 실수를 저질렀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해할 수 없는 페덱스의 잘못 배후에 미국 정부의 조종이 있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중국 해사국은 또 2일부터 4일까지 남중국해 해상에서의 군사훈련 계획을 발표하며 해당 해역을 통제하겠다고 말해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는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 대미 무력시위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중국 해사국은 1일 시사(西沙)군도 부근과 하이난다오(海南島) 동남 수역에서 6월 2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4일 오전 6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군사훈련에 들어가며 이 기간 일반 선박의 해당 수역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작성을 가능하게 하는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리스트' 건립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작성을 가능하게 하는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리스트' 건립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 같은 중국 해사국의 통보는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미 국방부 장관 대행 패트릭 섀너핸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지대공 미사일 배치를 하는 등 선을 넘고 있다”고 비난한 시점에 맞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주재 중국대사관은 또 2일 홈페이지에 중국인의 미국 방문과 관련한 주의 안내문을 공고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미국 비자 신청자에 대해 소셜미디어 계정을 요구하고 있고 비자 외 활동에 대해서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으니 특별히 주의하라는 것이다.
한편 중국 상무부가 지난 5월 31일 금요일 오후 전격 발표한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작성’ 파장이 어떻게 미칠지가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은 당일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에 나서고 있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리스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리스트에 어떤 실체가 포함되느냐와 관련해 중국 상무부 안전관리국 국장인 즈루쑨(支陸遜)은 1일 네 가지 경우를 꼽았다. 중국 기업에 대해 공급을 중단하거나 봉쇄하며 배타적인 조치를 취하는 행위, 비상업적 목적으로 시장규칙과 계약정신을 위배하는 행위, 중국 기업과 관련 산업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 국가안전에 위협 또는 잠재적 위협을 가하는 행위 등이다.
이러한 행위를 하는 기업 등 실체에 대해 중국은 ‘대외무역법’과 ‘반독점법’, ‘국가안전법’ 등을 동원해 필요한 법률과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즈 국장은 말했다. 중국의 국가안전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 행위는 광범위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중국 인민일보가 지난달 29일 "우리가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는 '최후통첩'성 경고 메시지를 발표한 이후 중국의 대미 보복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인민일보가 지난달 29일 "우리가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는 '최후통첩'성 경고 메시지를 발표한 이후 중국의 대미 보복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제까지 중국의 대미 반격은 국내외 지지를 얻으려는 여론전에 치중해 왔으나 지난달 29일 중국 관영 인민일보가 “우리가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豫)”는 ‘최후통첩’성 경고 메시지를 발표한 이후 실제적인 반격 행동에 돌입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은 1962년 인도와의 전쟁, 79년 베트남과의 전쟁을 앞두고 모두 영어로는 “Don’t say We didn’t warn you”로 번역되는 이 문구를 사용한 바 있다. 따라서 인민일보의 이번 문구 사용은 대미 항전과 관련해 중국이 모든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필요할 때는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 # 대미 항전 의지 다진 8000자 백서 발표 # 페덱스 조사 결정에 남중국해 군사훈련 # '블랙리스트' 만들어 보복 행동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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