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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구워삶은 비법 뭐냐"···아베 만나려는 정상들 줄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빵은 옆으로 빼놓고, 케첩을 엄청 뿌려 고기만 아주 맛있게 먹더라~."

아베의 '햄버거 오모테나시' 일본서 화제 #유명 레스토랑에 "미국산으로 특대형"주문 #트럼프,빵은 안 먹고 케첩 뿌려 고기만 #트럼프와 친한 아베,외교적 주가 상승중 #일본 찾는 외국 정상들 숫자 갈수록 늘어 #메르켈 독일 총리 "어떻게 구워삶았냐" #아베,12~14일 이란행, 하메네이 만나

지난달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골프 라운딩에 동석했던 일본의 프로 골퍼 아오키 이사오(青木功)가 전한 두 정상의 오찬 광경이다.

1일 일본의 TV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라운딩 뒤 오찬으로 제공된 ‘더블 치즈버거’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정교하게 준비된 '특대 맞춤형 버거'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지난달 26일 골프 라운딩 뒤에 먹었다는 특대형 더블치즈버거. 사진=TV아사히 화면 캡처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지난달 26일 골프 라운딩 뒤에 먹었다는 특대형 더블치즈버거. 사진=TV아사히 화면 캡처

아베 총리에게서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ㆍ진심을 담은 일본식 접대)’ 특명을 받은 일본 외무성은 도쿄 메구로(目黑)구 이케지리(池尻)에 있는 인기 햄버거 레스토랑 ‘더 버거샵(THE BURGER SHOP)’에 특별한 주문을 냈다.

미국산 쇠고기로 큰 사이즈의 햄버거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였다. 레스토랑 측은 두 정상이 골프를 함께 친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컨트리 클럽'에 셰프를 파견해 출장 조리를 했다.

평소 쓰던 호주산 쇠고기 대신 미국산을 썼고, 고기의 양도 평소의 1.3배로 불렸다.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골프 라운딩 도중 찍은 셀카.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골프 라운딩 도중 찍은 셀카.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겹쳐진 고기 두 장의 양은 320g이었다.

햄버거를 마주한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맛있게 식사를 했다는 게 아오키 프로의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도 미국산 스테이크에 케첩을 뿌려 먹는 걸 즐기는데, 이날도 자신의 방식대로 햄버거를 즐겼다는 것이다.

TV아사히에 출연한 정치 저널리스트 다자키 시로(田崎史郞)는 "골프 라운딩과 스모 관람, 로바타야키 만찬 등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아베 총리가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자신의 외교적인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게 다자키의 분석이었다.

이런 아베 총리의 외교 방식이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지난달 29일자 ‘각국 정상들의 아베 참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아베 총리와 만나기 위해 일본을 찾는 각국 정상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 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지바현의 모바라 컨트리 클럽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닛케이에 따르면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일본을 찾은 외국 정상들은 2017년 17명에서 2018년 42명으로 늘었다. 2019년의 경우엔 향후 예정된 방문까지 합치면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어 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일본을 방문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베 총리에게 "어떤 방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구워삶았느냐”고 직접 물어봤다는 일화가 있듯 많은 정상이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트럼프-아베의 브로맨스'를 화제에 올렸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아베 총리는 외교의 동선을 더욱 넓히고 있다.
그는 이달 12~14일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을 직접 방문해 중재 역할에 나설 예정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2일 "아베 총리는 이란 방문 중 하산 로하니 대통령뿐만 아니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도 회담할 방침"이라며 "일본의 총리가 하메네이와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행보엔 오랫동안 일본에 우호적이었던 이란과의 관계를 활용해 '중동문제 해결사'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국내에선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국내용 제스처"란 시각도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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