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어린 이강인의 명품 크로스, 정정용호 16강행 견인

중앙일보

입력

아르헨티나전에서 오세훈(등번호 9번)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뒤 기뻐하는 이강인(맨 오른쪽).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전에서 오세훈(등번호 9번)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뒤 기뻐하는 이강인(맨 오른쪽). [연합뉴스]

명불허전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빛낼 기대주로 주목 받은 이강인(발렌시아)이 수준 높은 활약으로 ‘죽음의 조’에서 한국 축구를 구해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1일 폴란드 티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U-20 FIFA 월드컵 본선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오세훈(안산)과 조영욱(서울)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아르헨티나전 승리를 포함해 조별리그 세 경기를 2승1패 승점 6점으로 통과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 5회 연속 16강을 달성했고, U-20 대표팀간 상대전적에서 아르헨티나에 5승3무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조영욱의 추가골 직후 등에 올라타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이강인. [연합뉴스]

조영욱의 추가골 직후 등에 올라타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이강인. [연합뉴스]

오세훈(아산)과 함께 투톱을 이루며 최전방 공격수로 깜짝 변신한 이강인이 아르헨티나 격파의 선봉에 섰다. 공격에 전념하며 수비 부담을 덜어낸 이강인은 물 만난 고기 같았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칼날 패스와 과감한 슈팅, 재치 있는 공간 침투로 한국 공격의 물꼬를 틔워냈다.

전반 5분 만에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연 뒤 전반 33분과 41분에 연이어 슈팅을 시도하며 득점을 노렸다. 하이라이트는 오세훈의 선제골을 이끌어낸 전반 42분이었다.

상대 왼쪽 측면을 허문 뒤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오세훈의 정면에 볼을 배달했다. 오세훈이 점프할 필요도 없이 머리만 갖다대 골을 만들어냈을 정도로 완벽한 궤적을 그렸다.

이강인의 크로스를 지켜 본 네티즌들은 “A매치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크로스 궤적이었다”, “A대표팀에서 이강인의 패스로 손흥민이 골을 만드는 장면이 그려졌다”는 등 찬사를 쏟아냈다.

이강인은 'U-20 월드컵의 주목할 스타'라는 평가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강인은 'U-20 월드컵의 주목할 스타'라는 평가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2001년생인 이강인은 1999년생이 주축을 이루는 정정용호에서 막내급이다. FIFA 주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나이를 잊게 만드는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우리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무조건 데려오고 싶다”던 정정용 감독의 눈이 정확했던 셈이다.

첫 공격포인트와 함께 자신감을 끌어올린 이강인은 오는 5일 0시30분 일본과 16강전에서 첫 골 사냥에 나선다. 숙적 일본과 맞대결인데다, 일본 축구계도 이강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는 상황이라 더욱 흥미로운 경기가 될 전망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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