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채무비율 45% 논란이 걱정되는 이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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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호 30면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국가채무비율 45%’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홍 부총리가 지난달 30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2022~202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5%로 전망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현재 40% 미만인 이 비율이 3~4년 새 45%로 늘어나면 예산 등 국가 재정 씀씀이가 대폭 확대되게 된다. 기재부가 추정한 2022년 비율 41.6%보다 70조원 이상의 초과지출이 예상되고 국가부채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45%는 질문자가 한 얘기’라며 ‘자신은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다 집행되고 나면 40%가 조금 넘어갈 수 있다고만 했다’고 해명했다.

홍 부총리는 ‘와전’ 해명해도 #‘재정 확대’ 바라는 게 여당 본심 #재정 건전성은 나라의 기본

하지만 정부 예산과 재정지출이 크게 늘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적극 재정’ 요구가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만 해도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고용 확대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같은 고용안전망 강화에 재정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경제 사령탑인 홍 부총리가 나랏빚을 크게 늘려 펑펑 쓰는 데 앞장서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가 재정 지출은 세금으로 걷힌 돈을 필요성과 시급성에 따라 배분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세금이 부족하면 정부가 국채 발행 등으로 필요한 돈을 빌리기도 한다. 이런 국가채무비율이 현재 한국은 3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111%보다 훨씬 낮다. 세계적으로 봐도 한국의 나라 곳간이 굉장히 튼튼하다는 얘기다. 이는 40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과 함께 한국경제의 신인도를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쓰이고 있다.

물론 이런 보수적 운용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내 정치권과 경제단체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구들조차 몇 년 전부터 줄곧 한국 정부에 ‘재정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기업과 가계의 체력이 떨어져 투자와 성장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이를 보완하는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엔 두 가지 대전제가 필요하다. 형편에 맞는 재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과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 쓴 지출은 줄이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예산도 한 번 쓰이면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생겨 축소하기 어렵다. 재정 규모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려면 ‘GDP의 40%가 마지노선’이라는 주장이 경제학적 근거가 있는지를 따지기보다 ‘국가 재정은 보수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근본정신을 잊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현 정부는 국가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동력 강화보다는 복지 확대 등 나눠주기식 재정 살포에 신경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령화·저출산 현상과 경기 상황에 따라 복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더라도 그것이 나라 곳간을 흔들리게 할 정도로 무책임한 것이어선 안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나라 안은 물론 바깥의 상황에 따라 숱한 위기를 겪는다.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나라 곳간이 먼저 튼튼하게 유지돼야 한다. 홍 부총리가 일으킨 ‘국가채무비율 45% 논란’에 왜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지를 정부는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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