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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연일 한국당 작심 비판···靑 "대통령이 화난 것 같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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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화가 난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강한 어조로 연일 자유한국당 비판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 본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제1야당을 공개 압박하고 나선 건 취임 3년차에 들어선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가 시작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용어인 ‘문빠’‘달창’ 등을 언급한 것을 염두에 둔 언급이었다. 지난 2년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각오를 가다듬는 자리에서 한국당을 질타한 것이다.

 이는 야당이 민생 문제 해결에 나서기 보다 정권 흔들기에 급급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여야정 협의체 등을 통해 민생 문제를 풀자고 제안했지만 한국당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자꾸 부수적인 데서 문제시 되는 인식과 행동을 보이고 있으니 이에 대해 지적을 하고 원칙대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닷새 뒤인 제39주년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다시 한번 강한 언사를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ㆍ18의 진실은 보수ㆍ진보로 나뉠 수가 없다”며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5ㆍ18 폄훼발언 징계에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은 한국당을 겨냥한 것으로 문 대통령이 공식 행사에서 ‘독재자’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5ㆍ18 기념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참모진에 “통렬하게 써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독재자’란 표현까지 일부러 사용한 것은 한국당이 아직도 1980년 5ㆍ18 이전에 머물러 있음을 에둘러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기본과 상식’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또 다시 한국당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한ㆍ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과 관련해 “국정을 담당해봤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 줄 것을 요청한다”며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 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라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문 대통령 발언이 2016년 20대 총선을 5개월여 남겨두고 야당에 작심 발언을 쏟아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이 야당 반대로 국회에서 막히자 2015년 11월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지금처럼 국민들의 삶을 볼모로 잡고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을 방치한다면 국민들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국회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채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이번에 문 대통령도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선 문 대통령의 강경발언이 오히려 한국당에 협상 복귀를 요청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많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으로선 외교 기밀 유출 등에 대해선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천명할 수 밖에 없다”면서 “동시에 한국당이 장외에서 국회로 들어와 빨리 협상테이블에 임하라는 강한 신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 주변에선 문 대통령이 계속해서 직접 한국당을 공격할 경우 여야간 대화 분위기 조성은 갈수록 어려워 질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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