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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학생 일부 선수들 숙소를 '러브호텔'로 잡은 소년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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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포스터. [중앙포토]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포스터. [중앙포토]

1만7000여명의 초·중학생 선수단이 참여한 '소년체전'에서 학생 인권 침해 행위가 다수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조사단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익산·전주 등 15개 체육관에서 실시된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대한 현장 조사를 했고 감독·코치의 욕설·폭언 등의 행위가 목격됐다고 29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독이나 코치는 경기 중 작전타임이나 경기종료 후 경기에 뒤처지거나 패배하였다는 이유로 초·중학생 선수에게 "이 XX, 똑바로 안 뛰어" "너 시합하기 싫어? 기권해 임마", "뭐하는 거야" 등 질책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일반 관중, 학부모, 다른 선수와 지도자가 지켜보는 중에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었다"며 "일상화된 '코칭'이나 독려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일부 남성 심판이나 코치가 여학생들의 목이나 어깨를 껴안고 이동하거나, 일부 경기 위원이 중학생 선수의 허리를 잡는 등의 상황이 경기장 주변에서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밝혔다.

또 학생 선수들 대부분은 경기 기간 '모텔' 형태의 숙소에 머물렀다. 남자코치가 여성 선수들을 인솔하면서 여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기도 했다. 일부 선수들은 욕실 문 없이 욕조가 그대로 노출되는 이른바 '러브호텔'에 투숙하고 있었다. 인권위는 "아동이 머물기엔 매우 부적절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탈의시설을 갖추지 못해 선수들이 자동차나 화장실·복도·관중석 등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소년체전에서 '스포츠 인권상담센터' 신고 상담 업무를 안내하고 홍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활동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초·중학생 1만명 이상의 아동이 참여하는 소년체전에서 (성)폭력 예방을 위한 홍보·상담·신고 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인권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하겠다"고 전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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