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극단적 선택 이면엔…"욕하고 주목받으려는 악플러들 존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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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는구하라(28)씨는 계속된 루머와 악플 등으로 심적 고통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피의자만큼이나 악성 루머를 부풀려 온 악플도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구하라씨. [중앙포토]

지난해 9월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구하라씨. [중앙포토]

실제로 지난해 9월 구씨가 전 연인 최종범(28)씨와의 법정 공방에 휘말린 이래로 구씨의 SNS 계정 등에서는 악성 댓글 수백여 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버닝썬’ 사건에 한 배우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반복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상의 마녀사냥”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앙일보는 범죄심리학 및 심리학 전문가들에게 악플러들의 심리와 동기를 물어봤다.

왜 악플을 달까?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 [중앙포토]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 [중앙포토]

전문가들은 ‘자기만족’이라고 답했다. 배상훈 전 서울지방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악플러들은 논란을 만드는 것을 즐기고, 논란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로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에게는 논란이 된다면 내용은 뭐가 됐든 상관이 없다”며 “이것이 기본적인 악플러의 의식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악플을 “SNS상에서의 자기표현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이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과정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악플러에게는 대단히 중요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회적 불안감을 악플의 양산 이유로 꼽기도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안이 많다 보니 상대를 비난하는 것을 통해 집단에 소속됐다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가지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 보면 되잖아?”

전문가들에 따르면 악플에 노출된 피해자는 일반적으로 자존감 저하와 우울증에 시달린다. “악플을 안 보면 되지 않냐” “SNS를 하지 말라”는 지적이 흔히 이어지지만 배 전 분석관은 “연예인은 그럴 수 없는 구조에 놓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공격받고 있는지, 무엇 때문인지 어디를 방어해야 할지 알기 위해서라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심을 가질수록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인기를 가진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중앙포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중앙포토]

이 교수는 “악플러가 누군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불특정 다수로부터 욕을 먹는다는 느낌을 준다. 상대가 분명하면 대응할 수 있지만, 불특정 다수면 위축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도 “온라인 피해가 오프라인보다 약한 줄 아는데 틀린 말”이라며 “악플은 사람을 칼로 한 번씩 찌르는 것과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개별 대응은 물론 법적 처벌 강화해야”  

이 교수는 “연예인이 악플에 (법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대응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건 결코 결말이 될 수 없다. 또 피해자들이 서로 연대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면 극단적 선택을 피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중앙포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중앙포토]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 전 분석관은 “악플은 연예인과 연결된 문화 전반에 대한, 우리 사회 공동체에 대한 공격”이라며 “악플러에게는 인터넷 접근 제한 등 실질적 처벌과 사회적 형태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개인적 성숙뿐 아니라, 악플이 지나치면 SNS 관리자가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법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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