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대상 류순열씨 "청소년 범죄 관심 가지면 달라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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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관심을 갖고 지켜본 것뿐이에요."

범죄예방 자원봉사상 대상을 받은 류순열(74.광주시 서구 화정2동)씨는 20년간 비행 청소년과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범죄의 유혹을 떨치도록 도와 왔다.

1982년 3월 전남 광산군 사무관을 끝으로 30년간 공직생활을 마감한 그는 오토바이 부품 대리점 경영 등 4년간 사업을 하다 퇴직금 등을 몽땅 날렸다.

류씨는 "나에겐 사업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좀 더 보람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나니 주변의 어려운 청소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86년 7월 범죄예방위원을 맡으면서부터 생계는 부인에게 떠맡기다시피 하고 비행청소년들과 동고동락했다.

그동안 청소년 480명의 가정을 월 2회 이상 방문해 지도하고 230여 명에게 1150만원의 장학금을 댔다. 비행청소년 등 20여 명에게 취업을 알선하고 생계비 2250만원을 지원했다. 소년소녀가장.불우이웃시설을 수시로 방문해 3000여만원의 금품을 전달했다.

고교 2년 때 공중전화 부스를 털다 잡힌 A씨(36)는 류씨의 도움으로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류씨의 주례로 결혼한 뒤 매년 3~4차례 찾아오고 있다. 어렵게 취업시킨 이들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 류씨가 곤욕을 치른 적도 있지만 A씨처럼 10년 이상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도 10여 명 된다고 한다.

90년 초부터는 광산구청 민원봉사실에서 민간봉사자로 나서 12만여 건의 혼인.출생.부동산 관련 서류를 무료로 대서해 주기도 했다.

류씨는 "요즘은 기력이 떨어져 청소년들을 집으로 불러 상담.지도하고 있다"며 "이들이 바르게 커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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