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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쌍둥이' 오존주의보 발령 4년새 100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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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인근 전광판에 오존주의보 발령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청역 인근 전광판에 오존주의보 발령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만큼 건강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오존 농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오존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대책 마련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이달에만 9회 오존주의보 발령 #전국, 2013년 160회→2017년 276회 #눈에 안 보여도 호흡기, 눈·코 손상 유발 #어린이, 노약자 등 취약계층 각별한 주의 #"정부·지자체, 눈에 안보이니 무대응" 지적도 #시의원 "장기적 관점에서 대책 마련 시급"

24일 서울시와 서울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이번달에만 서울시에 오존주의보가 9회(23일 기준) 발령됐다. 지난해는 5월 한달 동안 5회 발령됐었다. 전국적으로는 2013년 한 해동안 오존주의보가 160회, 2017년에는 276회 발령돼 4년새 100회 이상 늘었다.

오존은 가스 형태로 존재한다. 미세먼지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고농도 오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기관지염·심장질환을 유발하고, 폐기종이나 천식을 악화시킨다. 폐활량도 감소된다. 특히 노약자나 호흡기 질환 환자는 오존에 노출되면 위험하다.

오존은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결합해 발생한다. 이 두 물질의 결합에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 자외선이다. 이준복 서울시 대기정책과 공학박사는 "자동차나 공장이 많은 도심지역,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고 바람이 불지 않는 여름철 낮시간 때 고농도 오존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색 기체 상태인 오존은 강한 산화력을 가진 독성 물질로 하수 살균이나 수돗물 정수 처리, 악취 제거 등에 사용된다. 오존에 장시간 노출되면 강한 자극성으로 인해 눈·코·호흡기에 손상이 생기고 기능이 약화된다. 식물 잎에는 회백색 또는 갈색 반점이 생겨 광합성량이 줄어든다.

오존주의보는 오존 농도가 시간당 0.12ppm을 넘어설 때 발령된다. 고용노동부가 2015년 발표한 '화학물질 노출 기준 개정 연구'에 따르면, 이 농도의 오존에 30분 이상 노출되면 두통을 느끼고 눈과 코, 호흡기가 따끔거리는 자극을 받게 된다. 호흡도 빨라진다. 김기현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어린이와 노약자,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오존주의보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존 농도 시간당 0.3ppm을 넘어서면 오존 경보, 0.5ppm 이상일 때는 중대경보가 발령된다. 서울시가 오존 예보를 시작한 1995년 이후 경보와 중대경보가 발령된 적은 한번도 없다. 오존 농도는 10ppb(1ppb=0.001ppm) 증가할 때마다 호흡기계 질환 상대 위험도는 1.9% 높아진다.

[환경부]

[환경부]

미세먼지와 달리 오존은 마스크로는 차단할 수 없다. 이준복 박사는 "통풍이 잘 되는 실내에 머물면 고농도 오존의 위험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세먼지 농도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오존 농도는 격차가 크다"면서 "실내에서는 오존 농도에 영향을 주는 대기오염물질과 자외선이 차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마련한 '오존주의보 발령시 시민행동요령'도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기오염물질을 줄어달라는 협조요청 수준이다. 또 공장·주유소·세탁소에는 가동량을 줄여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서울시 대기오염 예보 및 경보에 관한 조례'에도 오존에 대한 내용은 많지 않다. 미세먼지에 대한 조치는 차량운행 감축이나 물청소 시행 등 구체성과 강제성을 띈 반면, 오존에 대해서는 '자동차 운행 자제'나 '무리한 실외활동을 줄임' 등의 권고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는 위험으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와 지자체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오존은 눈에 보이지 않아 여론이 잠잠하니 그냥 두고 보는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김제리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세먼지와 오존은 쌍둥이"라며 "12~3월은 미세먼지, 4~11월은 오존에 집중해 대책을 세워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존 문제는 환경오염과 근본적으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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