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한국 사회의 10대 고질병 실질적 처방을 모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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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What's Wrong Korea?

대한민국 열 가지 화두:그 현장과 대안

이필재.공병호 외 지음, 중앙일보시사미디어
284쪽, 1만2000원

오피니언 리더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고질(痼疾)을 진단하고 그 처방을 모색한 책이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디오피니언이 대행한 조사 결과 우리의 시급한 문제는 고용 불안, 정치적 리더십 부재, 저출산.고령화, 집단 이기주의, 경쟁력 낮은 교육, 노사 갈등, 기업 활동 규제, 분단 체제와 그 비용, 반기업.반부자 정서, 성장 동력의 소진으로 나타났다.

각각에 대해 경제통으로 꼽히는 중앙일보시사미디어 편집위원들이 분석기사를 쓰고, 해당 분야 전문가의 해결 방법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릴레이 논평을 붙이는 식이어서 실용적이다.

세 번째 화두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3(결혼 후 1년 안에 임신해 두 명의 아이를 서른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 운동을 펴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풍기는 '고령화사회'라는 말을 '장수 사회'로 바꾸자는 주장은 한 번 곱씹어볼 만하다. 다만, 저출산 관련 논평을 내놓은 오피니언 리더가 30대 미혼인 윤송이 SK텔레콤 상무라는 점은 다소 어색하다.

아홉 번째 화두인 반기업.반부자 정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 대안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이 냈다. 그는 기회의 문이 열려 있는 체제 만들기, 부자들의 자선.기부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장수마을로 유명한 경남 함안군 군북면 영운부락 주민들. 갈수록 가팔라지는 고령화 현상을 풀어가는 지혜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책 뒷부분에 나오는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 이장규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대표의 좌담도 재미있게 읽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마오쩌둥(毛澤東) 덕을 봤다…중국이 먼저 개방했다면 우리나라는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끝났을 것" 등등 외부 강연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어 총장이 특유의 입담을 과시한다. 책 맨 마지막에 실린 인터뷰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산업현장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활력을 잃지 않으려면 기술 이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나, 얼마 전 새 경제부총리가 지명된 것을 보면 한 부총리조차 '고용 불안'에서 온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정책결정자들은 물론, 문제 해결에는 우리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식있는 이들이 일독할 만하다. 이 책의 도발적인 제목은 1991년 미국의 권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탐사보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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